내달 6일부터 유류세 인하… 실제 체감 시점은

정부가 다음 달 6일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유류세 15%를 인하하는 내용의 관련법 시행령 개정안을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정부는 이번 유류세 인하로 휘발유 가격은 최대 ℓ당 123원, 경유는 87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30원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당장 다음달 6일 주변 주유소에 찾아가도 ℓ당 123원이 낮아진 가격에 휘발유를 넣기는 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생각보다 긴 국내 유류의 유통과정 때문인데, 소비자로선 발품을 팔거나 당분간 인내심을 가져야 기름값 할인 혜택을 체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석유제품, 정유공장 나와 소비될 때까지 보름 걸려
30일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다음달 6일부터 세금이 인하되는 유류는 정유공장에서 정제를 마치고 출하되는 기름이다. 통상 이 기름은 정유공장에서 나와 송유관, 배, 기차 등을 통해 저유소로 옮겨지는데, 이 과정에 약 4∼5일이 소요된다. 저유소에서 다시 기름은 중간 대리점을 거쳐 일선 주유소로 가거나, 또는 곧장 주유소로 출하된다. 주유소에 도착해서도 미리 저장해 놓은 기름이 다 팔릴 때까지 얼마 간을 기다려야 한다. 비로소 소비자에게 팔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열흘 가량이 더 걸린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내달 6일 유류세 인하가 시행되더라도 값이 내려간 해당 석유제품이 주유소에서 판매되기까지는 최장 보름 정도가 걸리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다음달 6일에서 보름이 더 지난 다음달 21일께에나 실제 유류세 할인이 반영된 기름을 넣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들쑥날쑥’ 국제유가도 변수
그렇다고 내달 21일쯤엔 확실히 ℓ당 123원이 내려간 휘발유를 넣게 되리란 보장도 없다. 국내 휘발유값은 국제 유가의 흐름에 연동돼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통상 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휘발유값에 반영되는데, 앞으로 국제 유가가 지금보다 오를 경우엔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업계에선 대략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국내 휘발유값은 ℓ당 8원 가량 오르는 걸로 분석한다. 현재 약 80달러 수준인 두바이유 가격이 앞으로 15달러만 더 오르면(15*8=120)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는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다만 “최근 다행히 국제유가가 횡보세를 보이고 있어, 유가 급등 때문에 사실상 유류세 인하 효과가 유명무실했던 2008년보다는 체감도가 높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조금이라도 일찍, 싼 기름 넣으려면
소비자가 조금이라도 빨리, 싼 기름을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주유소를 찾아가는 방법이 있다. 정유사들은 정부의 요청으로 유류세 인하가 적용되는 다음달 6일부터 직영 주유소에서는 즉각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된 기름을 판매하기로 했다. 이들 주유소도 기본적인 유통과 저장 기간은 있지만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세금 인하를 반영해 제품을 팔겠다는 얘기다. 다만 정유사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주유소는 국내 전체 주유소의 10%가 채 되지 않는 점이 한계다.
나머지 약 90%의 주유소에서도 예상보다 빨리 기름값이 낮아질 변수는 있다. 이들은 일반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다. 자영 주유소가 유류세 인하 시행 이전의 비싼 가격으로 공급받은 석유제품을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에게 판매하진 않을 게 뻔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제 유가가 오르는 시기가 아니어서 자영 주유소들이 평상시보다 재고를 적게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통상 10~15일 정도 걸리는 재고 소진이 다른 때보다는 빠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여기에 주변 주유소들과의 경쟁이 심한 지역의 경우, 한 주유소에서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팔기 시작하면 인근 주유소들도 다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가격을 따라 낮추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평소 경쟁이 치열해 기름값이 싸게 유지되던 지역의 주유소를 찾는 게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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