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공장 점검 일정 뒤따라
중국 추격 따돌릴 묘수 찾을지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면담했다. 베트남 실세와 베트남 수출의 약 20%를 책임지는 최대 투자기업 총수 간 첫 만남이다.
베트남 총리실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출국한 이 부회장은 하노이 베트남 총리실에서 오후 7시30분(현지시간)부터 약 1시간 동안 푹 총리와 만났다.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는 그간 삼성전자의 투자에 대한 베트남 정부 차원의 감사 인사와 향후 투자 계획 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2012년 이후 6년 만의 베트남 방문이다. 당시에는 응우예 떤 중 총리를 만나는 이건희 삼성 회장을 수행하는 입장이었다. 삼성 총수 자격으로, 베트남 행정의 수반인 총리와 만난 것은 처음이다.
2014년 10월 초 베트남 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이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을 방문했을 때 푹 총리가 수행했지만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이날 면담에서 이 부회장과 푹 총리는 양국 간 인연과 장기적인 협력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5년 호찌민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TV 생산과 판매를 시작한 삼성은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자부품 등으로 현지 사업을 확대하며 베트남 최대 투자기업이 됐다. 특히 2008년 하노이 인근 박닌성 옌퐁공단, 2013년 타이응우옌성 옌빈공단에 설립한 휴대폰 1, 2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를 생산하는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 직원만 10만명 이 넘는다. 삼성전자 이외에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도 대규모 생산시설을 가동하며 베트남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은 그간 기능올림픽 국가대표 등 베트남 기능인력 양성을 지원했고 저소득층을 위한 ‘삼성희망학교’를 설립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 베트남 정부는 경제 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지난 4일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30주년 기념식에서 삼성전자에 3급 노동훈장을, 삼성전자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는 총리 표창을 각각 수여했다.
업계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삼성 공장이 미치는 영향을 실감한 베트남 측에서 삼성전자에 휴대폰 3공장 건립을 요청한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이 지난 7월 인도 노이다 공장에 휴대폰 신공장을 준공하자, 베트남 재계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푹 총리 면담 이후 베트남 박닌과 타이응우옌, 호찌민 등의 삼성전자 및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2박 3일간의 베트남 일정 주된 목적은 스마트폰과 가전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연구개발(R&D)센터를 찾아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통상적인 해외 공장 방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중국기업의 무서운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스마트폰 사업의 글로벌 전략 재편 구상과 무관할 수 없다.
세계 시장에서 삼성 스마트폰 점유율은 올해 2분기 20.4%까지 떨어지며 ‘20% 능선’ 사수도 위태로워졌다. 아직 1위는 지키고 있지만 애플을 꺾고 2위로 뛰어오른 화웨이를 비롯해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에 기술력까지 갖추며 맹추격하고 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