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아들을 둔 결혼 6년 차 직장인 박모(36)씨 부부는 내 집 마련이 항상 고민이다. 지난해부터 직장이 있는 서울 분양시장을 두드리고 있지만 낮은 가점에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박씨의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 6년과 부양가족 수 3명, 가입한지 5년 된 청약통장 등을 합산하면 40점을 조금 넘는다. 그러나 서울에서 웬만한 단지는 가점이 50점 이상은 돼야 당첨을 기대해 볼 수 있고 인기 단지는 60점을 넘어도 당첨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박씨에게도 최근 희망이 생겼다. 정부가 지난 5월 특별공급 제도를 개편하면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신청할 경우 당첨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별공급 문호가 넓어진 만큼 그 동안 청약가점이 낮아 청약을 아예 포기했던 이들도 자신의 상황에 맞는 특별공급 유형이 있는지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권하고 있다.
특별공급이란 사회ㆍ정책적 배려 계층에게 일반공급 대상자와 경쟁하지 않고 분양 주택을 우선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대상이 제한된 만큼 일반공급에 비해 청약경쟁도 덜한 편이다. 그 동안 서울 기준 전체 일반분양 물량 가운데 특별공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남짓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제도 개편 이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1가 영등포 중흥 S-클래스의 특별공급 비중이 전체의 43.1%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단지가 40%를 웃돌게 됐다. 다만 특별공급은 신청 자격과 선정 방법 등이 일반 청약에 비해 복잡해 부적격자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 사전에 자신이 특별공급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이번 제도 개편에서 가장 크게 변한 특별공급 유형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민영주택은 전체 공급량의 10%에서 20%로, 공공기관 등이 짓는 국민주택은 15%에서 30%로 늘었다. 그 만큼 물량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신혼부부 소득 기준도 완화됐다. 특별공급 물량 중 75%를 이전과 같은 전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맞벌이 120%) 이하에 우선 공급하지만 나머지 25%는 소득 120%(맞벌이 130%) 이하에 공급한다. 맞벌이 부부 합산 소득이 신혼부부 특별공급 기준을 초과한다면 부부 중 1명이 육아휴직 등으로 소득을 줄이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모집 가구 수보다 신청이 많아 경쟁이 생기면 자녀가 많은 사람이 우선이다. 임신이나 입양, 재혼한 배우자가 데리고 온 자녀 등도 자녀 수에 포함된다. 다만 특별공급 신청자와 같은 주민등록에 올라가 있어야만 자녀로 인정된다.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은 자녀 수가 같을 경우 신청자 나이(연월일 계산)순으로 선정된다.
노부모부양 특별공급은 부모 나이가 65세 이상이어야 하고 부모가 무주택이어야 한다. 계부ㆍ계모는 인정되지 않는다.
기관추천 특별공급 대상은 국가유공자 등 무려 20가지나 된다. 대개 장애인ㆍ국가유공자ㆍ장기복무군인 등이 중심이지만 사업 주체가 철거민이나 중소기업 근로자, 우수 선수 등을 임의로 정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사전에 분양 정보를 꼼꼼하게 챙겨봐야 한다.
특별공급은 유형에 따라 청약통장 요건도 차이 난다. 신혼부부와 다자녀가구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6개월 이상이고 지역별ㆍ주택형별 예치금도 채워야 한다. 노부모부양은 일반공급처럼 통장 가입 기간 2년 이상이다. 기관추천은 종류에 따라 청약통장 가입 기간 6개월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청약통장을 아예 보지 않기도 한다. 청약 신청자도 노부모부양은 세대주이고 나머지는 꼭 세대주일 필요 없이 세대 구성원이면 된다.
특별공급은 1세대 1주택 원칙이어서 한번 특별공급을 받으면 세대의 다른 구성원이 다시 받을 수 없다. 특별공급에 당첨된 뒤 재당첨 제한 기간이 지나면 일반공급으로는 분양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자격 조건까지 대폭 완화되면서 일부 단지의 경우 일반공급 경쟁률을 웃도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수집해 그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
또 특별공급은 유형ㆍ자격ㆍ선정방법 등이 복잡해 부적격자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 자신이 특별공급 대상이 맞는지 미리 확인한 뒤 청약해야 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제도 개편으로 자격을 얻은 신혼부부들이 분양시장으로 발을 돌리면서 서울 등 입지가 좋은 단지의 특별공급 경쟁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며 “특별공급 부적격 당첨자는 당첨이 취소되고 1년간 재당첨 금지 등의 불이익을 받는 만큼 사전에 특별공급 대상인지 충분히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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