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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에 부러졌던 500살 수원 느티나무, 새싹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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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에 부러졌던 500살 수원 느티나무, 새싹 자란다

입력
2018.10.30 16:44
수정
2018.10.3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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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장맛비에 가지들이 모조리 부러지면서 밑동만 남았던 수원 영통구 느티나무에서 ‘새싹’이 자라고 있다.

지난 6월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단오어린이공원에 있는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가 장맛비에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단오어린이공원에 있는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가 장맛비에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높이만 33.4 미터에 이르던 단오어린이공원 느티나무가 밑동만 남긴 채 부러진 건 지난 6월 26일 오후 3시, 수원에 올해 첫 장맛비가 내린 날이었다. 원줄기 내부에 공간이 생긴 탓에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나무는 비와 함께 찾아온 강풍으로 느티나무 밑동에서 뻗어 나간 4개의 큰 가지가 모두 꺾이며 사방으로 떨어졌다.

나무가 부서진 현장은 처참했으나 생명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느티나무의 뿌리는 살아있었고 나무 밑동에서 새싹이 돋아났다. 조금씩 자라난 20여개의 새싹 중에 긴 것은 100㎝에 이를 정도다. 현재로는 이 새싹들이 느티나무 복원의 유일한 희망이다.

올여름 장맛비에 큰 가지 4개가 부러진 수령 500년이 넘는 수원 영통구 단오어린이공원 느티나무를 살리기 위한 복원작업이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느티나무 밑동 주변에 새로운 싹이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 수원시 제공
올여름 장맛비에 큰 가지 4개가 부러진 수령 500년이 넘는 수원 영통구 단오어린이공원 느티나무를 살리기 위한 복원작업이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느티나무 밑동 주변에 새로운 싹이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 수원시 제공

부러진 나무는 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 주민들은 지역의 상징과 같은 나무 주위에서 매년 단오에 축제를 열어 씨름,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함께 전해지는 이야기나 전설도 있다. 1790년 정조가 수원화성을 축조할 때 이 나뭇가지를 잘라 서까래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며, 나라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나무가 구렁이 소리를 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새싹이 맞이할 겨울이 느티나무 복원의 최대 난관이다. 새싹 보호를 위해 나무 주위에 방한 ㆍ 방풍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최종적으로 부결됐다. 시설물 설치나 영양분 주사 등의 방식이 새싹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지금은 느티나무가 스스로 겨울을 잘 이겨내도록 스트레스를 안 주고 지켜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며 “봄이 되면 건강한 맹아를 선별해 본격적인 복원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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