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장맛비에 가지들이 모조리 부러지면서 밑동만 남았던 수원 영통구 느티나무에서 ‘새싹’이 자라고 있다.
높이만 33.4 미터에 이르던 단오어린이공원 느티나무가 밑동만 남긴 채 부러진 건 지난 6월 26일 오후 3시, 수원에 올해 첫 장맛비가 내린 날이었다. 원줄기 내부에 공간이 생긴 탓에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나무는 비와 함께 찾아온 강풍으로 느티나무 밑동에서 뻗어 나간 4개의 큰 가지가 모두 꺾이며 사방으로 떨어졌다.
나무가 부서진 현장은 처참했으나 생명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느티나무의 뿌리는 살아있었고 나무 밑동에서 새싹이 돋아났다. 조금씩 자라난 20여개의 새싹 중에 긴 것은 100㎝에 이를 정도다. 현재로는 이 새싹들이 느티나무 복원의 유일한 희망이다.
부러진 나무는 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 주민들은 지역의 상징과 같은 나무 주위에서 매년 단오에 축제를 열어 씨름,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함께 전해지는 이야기나 전설도 있다. 1790년 정조가 수원화성을 축조할 때 이 나뭇가지를 잘라 서까래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며, 나라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나무가 구렁이 소리를 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새싹이 맞이할 겨울이 느티나무 복원의 최대 난관이다. 새싹 보호를 위해 나무 주위에 방한 ㆍ 방풍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최종적으로 부결됐다. 시설물 설치나 영양분 주사 등의 방식이 새싹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지금은 느티나무가 스스로 겨울을 잘 이겨내도록 스트레스를 안 주고 지켜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며 “봄이 되면 건강한 맹아를 선별해 본격적인 복원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