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계의 화두는 단연 유튜브다. 기존 방송사들은 인기 유튜버를 끌어안으려 전력을 다하면서 유튜브에 콘텐츠를 유통시킬 방법을 골몰하고 있다. 유튜브는 유통망 역할을 넘어 자체 콘텐츠 생산을 적극 추진 중이다. 매체 간 장벽이 사라진 지금, 경계라는 표현을 아예 없애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29일 열린 두 제작발표회는 영상 콘텐츠 산업의 현실을 반영한다. 유튜브는 아이돌그룹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탑매니지먼트’를 이날 소개했고, 종합편성채널(종편) JTBC는 새 예능프로그램 ‘날 보러와요- 사심방송 제작기’(‘날 보러와요’)를 알렸다. ‘탑매니지먼트’는 방송국을 지향하는 유튜브의 새로운 정체성을 담고 있고, ‘날 보러와요’는 유튜브를 향한 방송사의 연정을 품고 있다. ‘탑매니먼트’와 ‘날 보러와요’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급격히 이뤄지고 있는 방송계 지각변동과 콘텐츠 전략 변화를 잘 보여 준다.
드라마 제작하며 ‘탈TV’ 권하는 유튜브
“한국드라마, K팝 산업을 소재로 한 콘텐츠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날 한국을 방문한 네이딘 질스트라 유튜브 아시아태평양지역(APAC) 총괄 책임자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유튜브가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내놓는 자체제작 한국 콘텐츠 ‘탑매니지먼트’(16부작ㆍ31일 공개)는 공식 예고편만 1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의 한국 드라마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아이돌그룹 소울을 중심으로 청춘의 이야기를 풀어 낸다.
‘탑매니지먼트’는 최근 금맥으로 떠오른 K팝에 드라마를 접목했다. 유튜브는 K팝 아이돌 콘텐츠의 경쟁력을 이미 검증했다. 지난해 빅뱅을 내세워 만든 자체 제작 예능콘텐츠 ‘달려라, 빅뱅단!’은 구독자 1,000만명에 조회수 47억건을 기록했다. ‘달려라, 빅뱅단!’은 유튜브가 미국 밖에서 처음 만든 콘텐츠다. 방탄소년단의 월드 투어 과정을 담아 지난 3월 유튜브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방탄소년단: 번 더스테이지’도 1,100만 구독자와 16억여건 조회를 기록하고 있다. K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확인한 유튜브는 ‘탑매니지먼트’를 올해 초 기획했다.
유튜브가 K팝 콘텐츠에 주력하는 이유는 유료 구독 서비스를 확장하려는 전략에서 비롯됐다. ‘달려라, 빅뱅단!’ ‘방탄소년단: 번 더 스테이지’ ‘권지용 액트 Ⅲ: 모태’는 유튜브가 드라마나 예능, 다큐멘터리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유료로 가입해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에서 흥행했다. 이 유료서비스는 미국 호주 등에 이어 2016년 전 세계 다섯 번째로 국내 출시됐다. ‘탑매니지먼트’는 유료서비스에 최적화된 콘텐츠다. K팝 아이돌그룹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드라마 속 OST까지 별도로 재생해 들을 수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자체 제작 방송 및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가능하다. 현재 60여개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한국 콘텐츠를 포함해 50개를 더 추가할 계획이다. 전 세계 6억5,000만명이 구독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는 게 유튜브측의 설명이다. 지상파 방송의 한 고위관계자는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질주는 결국 ‘탈 TV’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송사의 이유 있는 ‘1인 방송’ 예능
방송사들은 연예인의 ‘유튜버화(化)’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날 보러와요’도 가수 노사연과 개그맨 조세호, 래퍼 마이크로닷 등이 1인 방송을 제작하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60대 노사연은 ‘식스티 앤 더 시티를 채널을 개설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모습을, 30대 조세호는 ‘대리 참석’ 프로젝트를 제작한다. 20대 마이크로닷은 새로운 ‘먹방’을 시도한다. SBS는 지난 추석 특집으로 선보였던 예능프로그램 ‘가로채!널’을 정규 방송으로 편성해 11월 중 방영한다. 강호동과 양세형, 아이돌그룹 AOA의 설현과 찬미가 출연한다. 20~40대인 출연자들은 ‘가로채널’이라는 하나의 유튜 채널을 개설해 100만 구독자를 모으려 하고 프로그램은 그 과정을 담는다.
방송사의 유튜브 열풍은 1~2년 전부터 불었다. 방송사들은 유튜버 스타들을 프로그램에 대거 출연시켰다. 시즌 11을 만들며 10년 동안 방송해 온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의 ‘겟잇뷰티’는 지난해부터 뷰티 제품 정보 위주의 포맷을 과감히 버리고, 구독자수 100만명에 달하는 씬님 등 스타 유튜버들을 출연시키고 있다. 유튜브의 인기 콘텐츠를 안방극장에 그대로 끌어온 셈이다. JTBC 예능 ‘랜선라이프- 크리에이터가 사는 법’도 씬님, 밴쯔 등 스타 유튜버들의 일상을 좇으며 1~2%대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방송사의 유튜브 열풍은 인터넷과 모바일로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는 젊은층을 잡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다. 실시간 방송(녹화)에 초점을 두고 네티즌과 만났던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2015)과는 성격이 다르다. 방송사들이 목매던 ‘본방사수’나 시청률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날 보러와요’의 황교진 PD는 “‘날 보러와요’는 라이브(생방송)가 초점이 아니고, 댓글과 소통이 주된 포맷도 아니다”며 “연예인들이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동시에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여 주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밝혔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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