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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에 새 생명 준 제주천사 김선웅, 나무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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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에 새 생명 준 제주천사 김선웅, 나무로 남는다

입력
2018.10.30 17:00
수정
2018.10.30 18:57
28면
0 0

손수레 할머니 돕다 사고로 뇌사

평소 본인 뜻을 살려 장기 기증

김군 기리는 나무 식수행사 열려

[저작권 한국일보]고 김선웅 군을 기리는 '생명에 나무'에 물을 주는 김군의 아버지 김형보씨(오른쪽)와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 김영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고 김선웅 군을 기리는 '생명에 나무'에 물을 주는 김군의 아버지 김형보씨(오른쪽)와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 김영헌 기자.

“선웅이의 나눔이 많은 사람들에게 장기기증운동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선웅이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할 것 같다.”

30일 오후 2시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주라파의 집에서는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주관으로 고(故) 김선웅(20)군이 마지막 순간까지 보여준 나눔의 정신을 기리는 ‘생명의 나무’ 식수 행사가 열렸다.

제주한라대 1학년에 재학 중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부담을 덜겠다며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김군은 지난 3일 새벽 집으로 돌아오다 제주시 종합청사 인근에서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오르막길을 오르던 할머니를 돕다가 차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 뇌사 판정을 받자 생전에 장기기증을 약속했던 김군의 뜻에 따라 유가족은 장기기증을 결심했고, 김군은 7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군의 아버지 김형보(56)씨는 “선웅이가 6살 때인 2004년에 엄마가 사고로 뇌사판정을 받은 후 3년이나 투병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며 “그 이후 가족들이 모여 엄마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당시 빨리 장기기증 결정을 못한 것을 아쉬워했고, 선웅이를 포함해 가족 모두가 장기기증에 뜻을 같이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웅이가 사고를 당한 직후 뇌가 죽어가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장기기증을 결심했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선웅이도 하늘나라로 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생명을 나눠 준 것에 대해 기뻐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 한국일보]30일 제주 서귀포 제주라파의 집에서 고 김선웅 군을 기리는 '생명에 나무' 식수 행사를 마친 후 김군의 아버지 김형보씨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30일 제주 서귀포 제주라파의 집에서 고 김선웅 군을 기리는 '생명에 나무' 식수 행사를 마친 후 김군의 아버지 김형보씨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헌 기자.

혈액투석환자들을 위한 휴양시설인 제주 라파의 집 정원에 심어진 김군의 ‘생명의 나무’ 앞에는 ‘뇌사 장기기증으로 고귀한 사랑을 실천하신 제주의 천사 故 김선웅 님을 기리는 나무입니다’라는 문구의 표지석이 설치됐다. 김군의 나무는 지난 2008년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나며 국내 장기기증 운동 활성화에 큰 영향을 끼친 권투 챔피언 故 최요삼 선수의 나무 옆에 심어졌다.

앞서 김군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LG복지재단이 김군을 LG의인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유가족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 또 제주도와 ㈔김만덕기념사업회는 의인(義人) 김만덕 할머니의 기부와 나눔의 정신을 잇는 ‘김만덕 의인상’을 최근 제정하고, 지난 21일 첫 수상자로 김군을 선정했다.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뇌사 장기기증으로 7명에게 새 생명을 전하고 떠난 김군의 기증 이후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졌다”며 “생명을 살리고, 전 국민에게 생명 나눔의 감동을 전해준 김군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라고 밝혔다.

서귀포=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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