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이 참가한 교내 미술대회의 심사를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딸은 ‘특선’을 수상했다. 비(非)교과 수상 내역에도 부정 행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일부 학부모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30일 본보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3일 숙명여고 재학생 중 신청자 대상으로 실시된 ‘미술창작작품 공모전’에서 쌍둥이 언니가 ‘특선(4등)’을 했다. 해당 내역은 ‘학교생활기록부’의 비교과 수상 실적으로 기록됐다.
당시 2명의 심사위원 명단에는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이자 미술교사인 교무부장과 또 다른 미술교사가 이름을 올렸다. 숙명여고 학부모 A씨는 “딸이 참가한 미술대회 심사위원을 아버지가 맡은 것은 절차상 말이 안 된다”라며 “평가 기준을 학교 측에서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엔 당시 미술대회 평가와 관련해 별도 배점표나 어떤 기준에 따라 심사했는지 여부를 확인할만한 기록이 아예 남아있지 않았다.
자료에 포함된 쌍둥이 자매의 다른 수상 내역도 도마에 올랐다. 자매는 입학 이후 올 9월까지 기율부(선도부)원은 모두 받는 봉사상을 비롯해 △미술창작작품공모전 △어버이날 편지쓰기대회 △고교연합인문학캠프 △문예창작대회 등의 명목으로 언니는 6차례, 동생은 3차례 상을 받았다. 이런 수상 내역은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선 이미 공유됐던 내용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일부 숙명여고 학부모는 ‘교내 상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비교과 수상 경력은 대입 수시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경쟁이 치열해 다른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비교과 영역에서 상을 한 개 받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소재 10개 대학은 올해 수시모집의 61.4%를 학종으로 뽑는다.
하지만 교내 상은 사실상 교육 당국의 관리 및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남발을 막기 위해 교내 상의 개수만 제한하는 정도로 관리할 뿐, 모든 절차와 내용을 학교 재량에 맡기고 있다. 숙명여고를 비롯한 각 학교는 ‘학교교육계획’에 따라 교내 상 목록만 공개할 뿐 심사위원 자격 등 별도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부정 행위가 없었다 하더라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이해당사자는 교내 상 심사를 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찰은 쌍둥이 동생의 휴대폰에서 영어시험에 실제 출제됐던 문제의 답이 적힌 메모를 확보하는 등 시험문제 유출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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