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문턱이 더 높아진다. 정부의 대출 규제 최종판인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제도가 31일 시중은행부터 본격 도입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은 내년 상반기에 적용된다. 당국은 DSR 제도로 지난해 8.1%였던 가계빚 증가율을 2021년까지 5% 초반으로 낮추기로 한 터라 앞으로 대출을 받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31일부터 시중은행 대출 신청 가구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합계를 연소득으로 나눈 DSR 비율이 70%를 넘는 경우 ‘고위험 대출’로 분류돼 은행 관리 대상이 된다. 시중은행은 전체 대출에서 15%까지만 DSR 70% 초과 대출로 채울 수 있다. DSR 90% 초과대출은 10%를 넘겨선 안 된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사실상 연소득이 상위 10~15%에 해당하는 이들만 가계대출 한도를 꽉 채워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그 동안은 집을 사려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모자라는 돈은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아 충당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연소득과 주택대출 원리금을 비교해 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은 주택담보대출 때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반면 DSR 제도는 자영업 대출을 제외한 모든 가계대출에 똑같이 적용된다. 주택대출 외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으려고 해도 DSR 비율이 덩달아 올라가는 구조로 설계돼 이전처럼 추가 가계대출을 받는 게 어려워진다. 예컨대 연소득 4,000만원인 이가 5억원짜리 집을 사려고 2억3,000만원(연간 대출원리금 2,700만원)을 대출 받는다고 가정하면 DSR 비율은 67%가 된다. 이 경우 부족한 2,000만원을 신용대출로 충당하려고 해도 실제 은행에선 거절될 가능성이 크다. DSR 비율이 77%가 돼 기준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이처럼 DSR 제도가 도입되면 소득이 낮은 저소득층, 청년층 또는 소득 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DSR 제도의 수위를 차츰 높여 2021년까지 은행권 평균 DSR를 40%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 제1금융권에서 나간 신규 대출의 평균 DSR는 72%였다. 정부는 지난해 8.1%였던 가계대출 증가율을 앞으로 3년간 5% 초반대로 떨어뜨릴 계획이다. 은행들로선 가계대출을 지금보다 훨씬 덜 내주면서 가계대출 심사를 엄격하게 해야 정부의 주문을 맞출 수 있다. 결국 은행들은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고 DSR 대출 비율 한도(최대 15%)를 꽉 채우고 평균 DSR를 낮추기 위해 상환능력이 낮은 고객에 대한 대출은 줄이는 식의 영업 전략을 짤 공산이 크다.
정부는 은행권 예대율 규제(예금에서 대출로 활용할 수 있는 비율)도 예고했다. 이를 통해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옥 죄고 중소기업 대출은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앞으로 가계가 은행 돈을 빌려 투기하는 것은 어렵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겠다”며 “가계부채에 있어선 경각심을 갖고 더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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