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아동을 4차례 오진 끝에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로 의사 3명이 법정 구속된 사건과 관련 의사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급기야 고의가 아니면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내용의 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의사가 고의로 의료사고를 낼 리는 없는 만큼 사안의 경중과 무관하게 사실상 모든 의료사고에 면죄부를 부여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30일 오전 국회 앞에 드러누워 1인 시위를 벌였다. 요구사항은 고의나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행위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 의료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의료분쟁처리특례법을 제정하고, 의사에게 진료거부권을 부여하라는 것.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4일 수원지법이 횡경막 탈장 등으로 숨진 어린이의 진료의사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실형을 선고하고 전원 법정 구속하자 항의의 의미로 삭발시위도 벌였고 다음달 11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도 예고한 상태다.
의협은 성명에서 이번 판결이 “사법부의 폭거”라며 “소신진료를 보장하는 의료 환경을 조성하고 환자와 의료진의 합리적 의료분쟁 해결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환자가 사망할 정도의 큰 실수를 했어도 고의만 아니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강태언 시민의료연대 사무총장은 “의협의 행태는 사법부의 판단자체를 부인하는 행위”라며 “아무리 의협이 의사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이지만 일반국민들이 생각하는 선을 넘어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 영업사원의 대리수술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큰 이슈가 됐고 이번엔 어린이가 숨졌는데도 반성과 애도는커녕 삭발식과 총궐기 등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는 데 대해서도 ‘직역 이기주의’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안기종 한국환자연합회 대표는 “지금은 오히려 오진으로 사망한 유아의 유가족들이 진료의사들이 받은 금고 1년형에 대해 합당한지 따져야 할 상황”이라며 “가해자 집단인 의협이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와 진료권 거부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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