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드렁큰타이거와 장기하와 얼굴들이 박수 칠 때 떠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또는 내 주변 누군가의 마음을 울렸을 깊이 있는 히트곡의 주인공들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안녕을 고한다. 한국 힙합의 대부 드렁큰타이거, 한국 대중음악의 오래된 미래 장기하와 얼굴들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이라는 국가대표 수식어가 손색없을 만큼 두 팀은 지난 시간 가요계에서 큰 영향력을 품고 있었다.
드렁큰타이거는 지난해 초부터 작별을 예고했다. 타이거JK가 드렁큰타이거의 이름으로 낼 마지막 앨범을 준비한 것. 완벽한 피날레를 위해 작업한 곡을 뒤엎어가면서 준비 기간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그 동안 두 장의 선공개 싱글을 발표하기도 했던 드렁큰타이거는 다음 달 14일 열 번째 정규앨범을 선보인다. 솔로 앨범으로는 무려 10년 만이다.
타이거JK의 선택은 마지막까지 특별하다. 직전 정규앨범이 8집 '필굿뮤직(Feel gHood Muzik)'이었고, 마지막 앨범은 정규 10집으로 명명됐다. 9집의 존재 여부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소속사 필굿뮤직 측 관계자는 30일 본지에 "드렁큰타이거가 직접 이번 앨범을 10집이라고 정리했다. 정규앨범이 아닌 자신의 작품들에도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집 발표와 동시에 드렁큰타이거의 활동이 끝나는 건 아니다. 공연 등으로 많은 분들과 길게 만날 것"이라는 반가운 계획을 함께 전했다.
화려했던 지난 20년의 드렁큰타이거는 이제 온전히 래퍼 타이거JK이자 필굿뮤직의 수장으로 돌아간다. 아쉽지만 슬프지는 않다. 드렁큰타이거가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난 널 원해', '위대한 탄생', ‘굿라이프' 등을 통해 전한 메시지가 여전하기 때문. 드렁큰타이거의 오리지널리티는 힙합씬을 넘어 가요계 전반에 묵직한 울림으로 자리하고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마지막은 올해의 마지막 날로 정해졌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지난 18일 조금은 갑작스럽게 직접 해산 소식을 전한 것. 그 계획대로 마지막 앨범이 될 다섯 번째 정규앨범 '모노(mono)'가 다음 달 1일 베일을 벗는다. '모노'는 일찌감치 "장기하와 얼굴들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자 "밴드를 마무리하는 가장 멋진 방법"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발매된 선공개곡 '초심'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해체 이유를 조금은 짐작해볼 수 있다. 장기하는 툭툭 던지듯 하지만 사실 뼈 있는 창법으로 "나는 옛날이랑은 다른 사람. 어떻게 맨날 똑같은 생각 말투 표정으로 죽을 때까지 살아갈 수가 있겠어"라고 노래했다. 2008년 데뷔 싱글 '싸구려 커피'의 초심이 '모노'의 수록곡 '초심' 되는 10년 간, 장기하와 얼굴들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기 때문에 도리어 후회가 없다는 것. 장기하와 얼굴들은 이 결정을 "또 다른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도 자신했다.
보컬 장기하를 비롯한 여섯 멤버의 다음 행보는 싱어송라이터, 연주자, 프로듀서, 디제이, 혹은 다른 형태의 아티스트로 두루뭉술하게 알려졌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음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기약이다. 그래서 장기하와 얼굴들은 "전에 없이 행복한 시간"을 예고했고, '모노' 발매일에는 음악감상회를 통해 솔직한 진심을 밝힐 예정이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