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부산에서 일어난 여자 친구와 그 가족 등 4명 살해 사건, 24일 춘천의 예비신부 살해 사건 등 연인, 배우자 사이의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남편이나 교제 중인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은 지난해에만 최소 85명으로 추산된다.
이런 범죄는 대부분 가해자들의 집착과 소유욕이 원인이다. 이별을 통보하거나 자신을 거부하면 인격과 인성에 대한 거절과 무시로 받아들여 극단적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 다른 나라에서도 문제가 심각해 유럽, 미국 등에서는 스토킹, 데이트 폭력 방지법을 이미 1980년대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8월 ‘데이트 폭력 등 관계집착 폭력행위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법안(이하 데이트 폭력 방지법)’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다가 폭력행위를 저질렀는데도 가해자가 연인관계라고 주장하는 행위나 이혼 과정에서 저지른 폭행까지 범위를 넓히기 위해 ‘관계집착 폭력행위’가 법안의 이름에 들어갔다.
이 법을 발의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을 통해 “국회 내에서 공감대는 있지만 너무 많은 법안들에 밀려 있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표 의원은 현행 법률상 관계집착 폭력행위를 특별하게 처벌할 규정이 없기 때문에 데이트 폭력 방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트 폭력은 형법상 폭행죄가 적용되는데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을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라는 한계가 있다. 피해자가 보복을 두려워하거나 가해자가 불쌍해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아 처벌로 이어지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폭행이 중단되지 않고 더 심각한 강력범죄로 이어지게 된다는 게 표 의원의 설명이다.
검찰이 ‘데이트 폭력 삼진 아웃제(데이트 폭력을 2회 이상 저지른 사람이 같은 행위를 했을 때 정식으로 기소)’를 발표했지만 한계가 있다고 표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단순 폭행죄를 적용할 수밖에 없어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첫 번째 범죄부터 구속하거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없는 한계도 있다”면서 “빨리 (데이트 폭력 방지법) 입법을 해서 특별조항이 마련돼야 해결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표 의원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방지법은 관계집착 폭력을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지 않고 폭력행위만 확인이 되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 폭력보다 3분의 2 이상 가중 처벌하게 하고, 피해자 보호는 물론 가해자에 대한 상담 및 치료명령도 내릴 수 있게 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이 프로그램 게시판에 한 청취자는 ‘(데이트 폭력이) 예전부터 있었던 일인데 의식의 변화에 따라 수면 위로 올라온 게 아닌가 싶다. 법이 현실을 못 따라오는 게 아닐까. 데이트 폭력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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