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미혼 여성 결혼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는 야근과 주말 근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 여성의 경우 근무시간 증가가 임신 확률을 낮추고 있었다. 급격한 감소 추세에 들어선 우리나라의 15~49세 인구 및 결혼률이 출산과 인구ㆍ경제 구조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의 대책이 노동 환경 등 실제 상황에 기반해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과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환경과 결혼 및 출산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미혼 여성의 결혼 확률에는 근무시간 외 근무가, 기혼 여성의 임신 확률에는 총 근로시간의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2007~2014년 5차례 진행한 여성근로자의 근로실태, 관리직 진출 경로, 일ㆍ가정 양립실태 등을 조사한 여성관리자패널조사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특히 미혼 여성들의 결혼 결정에 근무시간과 관련된 변수들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퇴근 후나 주말 등 근로시간 외 업무를 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1년 이내에 결혼할 확률이 3.7%포인트 감소했다.
근무하는 회사의 여건에 따라 이 같은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한 회사와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한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미혼 여성들의 1년 이내 결혼 확률이 각각 7.1%포인트, 10%포인트 더 높았다.
반면 이미 결혼을 한 여성들의 경우 근무시간 외 근무보다는 총 근로시간의 증감에 따른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주당 총 근로시간이 1시간 증가할 경우 증가하지 않았을 때보다 1년 이내에 임신할 확률은 0.34%포인트 낮아졌다. 업무시간 증가에 따른 시기별 임신확률 감소 폭은 3년 이내가 0.24%포인트, 5년 이내는 0.20%포인트 등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보고서는 대부분의 기혼 여성들이 업무강도가 높아진 시기를 피해 임신을 결정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직급에 따라 근로시간의 증가가 임신에 미치는 영향도 차이를 보였다. 근로시간이 1시간 증가할 때 대리급 이하 직원들은 임신 확률이 0.43%포인트 줄었지만 과장급 이상은 근로시간 증가와 임신확률 간에 뚜렷한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정규직 근로자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결혼 확률이 1.2%포인트 높았다.
우리나라는 이미 1983년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숫자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2.06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인구 규모의 현상유지가 어려워지는 저출산 국가에 진입했다. 2016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68명보다도 크게 낮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출생아 숫자 역시 1983년 77만명에서 2017년 36만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저출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2006년부터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고, 2020년까지 189조원을 쏟아 부을 계획이지만 어떤 분야에 어떻게 투입하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고서는 “단기간에 출생아 수와 출산율을 반등시키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면서도 “장시간 근로는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갈등을 증대시켜 결혼과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근무시간 관련 개선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