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디젤차는 ‘저렴하고 연비 좋은 친환경 자동차’로 통했다. 지난 2010년 48만대 수준이었던 국내 디젤차 규모는 2015년 96만대를 기록, 두 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2015년 아우디ㆍ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후 ‘연비는 디젤’이라는 이미지가 조작된 것이라는 의구심이 커졌다. 여기에 BMW 디젤차 화재 사건이 국내에서 크게 관심을 끌면서 ‘디젤차는 위험한 차’라는 이미지도 덧씌워졌다. 이런 영향으로 수입차 시장에서 지난 9월 기준 디젤차 점유율은 26.3%를 기록, 2010년(연간 기준 25.4%)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디젤차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국내 유가 고공행진이 디젤차에 눈을 돌리게 하는 데다, 국내에 대세로 자리 잡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인기도 식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디젤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고심해서 선택한 베스트셀러 모델 1~3위를 살펴봤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 기준 국내 수입 디젤차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차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TD4 SE(393대)다. 150마력의 디젤 엔진이 탑재된 TD4 SE는 랜드로버 라인업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엔트리 모델(판매가격 5,980만원)로 꼽힌다. 올해(1~9월) 총 3,378대가 팔려, 랜드로버 판매 비중에서도 35%를 차지한다. 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SUV를 선호하는 국내 추세 속에 TD4 SE는 SUV 명가인 랜드로버의 명성을 경험할 수 있는 모델”이라며 “콤팩트 SUV로 실용성까지 겸비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TD4 SE의 강점은 강력한 오프로드 기능이다. 지면에서 차체까지의 거리인 지상고가 212㎜로 높은 데다, 장애물을 넘어갈 때 차체 전면부가 지면에서 최대 각도 31도까지 하늘로 들어 올려져도 차체에 전혀 무리가 없도록 설계됐다. 더욱이 랜드로버 첨단주행기술인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TPC)’ 시스템이 탑재, 시속 30㎞ 이하에서 노면 상태에 따라 브레이크 시스템을 자동으로 제어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안정적인 주행을 보장한다. 운전이 미숙한 초보자라도 TD4 SE를 운전하면 오프로드 주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지난 9월 수입디젤차 중 판매량 2위를 기록한 모델엔 메르세데스-벤츠 GLE 350d 4매틱(207대)이 이름을 올렸다. 350d 4매틱은 SUV지만 스포티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차다. 도심에서는 세단처럼 편안하게 탈 수 있고 오프로드에선 SUV의 성능을 만끽할 수 있다. GLE 350d 4매틱은 6기통 디젤엔진에 자동 9단 변속기가 적용돼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용수철처럼 튀어 나간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 7.1초에 불과하다. 최고출력은 258마력, 최대토크는 63.2㎏ㆍm이다.
GLE 350d 4매틱 가격이 9,490만원에 달하는데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건 그만큼 다양한 편의사양을 갖췄기 때문이다. 앞 좌석 헤드레스트 뒷편에 2개의 대형 디스플레이가 장착, 뒷좌석에서 영화감상 등을 할 수 있다. 70가지 이상의 측정 계수를 통해 운전자의 주의력 상태를 모니터해, 장시간 또는 장거리 운행에서 집중력이 떨어진 운전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의 어시스트’ 등 다양한 안전 사양이 기본 제공된다.
3위는 올해 국내 BMW 화재의 중심에 있던 모델인 520d(197대)가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4일 강원 원주시 소초면 인근 국도변에서 주행 중이던 520d 차의 엔진에서 불이 나는 등 올해 화재가 발생한 BMW 차 중 절반 정도가 520d다. 이 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1만5,085대나 팔린 BMW의 스테디셀러 모델이다. 지난해 BMW 국내 판매량의 25.3%를 차지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 그만큼 국내 소비자들에겐 인기 있는 모델이어서 화재 사고에도 520d의 저력이 쉽게 사라지진 않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520d는 화재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과 전혀 상관없는 모델이라는 계 BMW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520d는 지난해 초 국내에 풀체인지(완전변경)로 출시된 모델로, 기존 EGR 결함이 있던 520d 모델은 그 이전 세대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화재사고 전에 520d가 한 달에 1,000대 넘게 팔렸던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판매량이 줄었다”며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디젤차 구매를 고려할 때 여전히 주요 후보로 고려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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