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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미 특별대표, 정의용 아닌 임종석 먼저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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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미 특별대표, 정의용 아닌 임종석 먼저 만나

입력
2018.10.29 21:00
수정
2018.10.30 01: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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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중재 역할 공개 요청… 대북관계 ‘속도조절’ 환기와 북미간 입장차이 조율 부탁한 듯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9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연쇄 회동했다. 30일에도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청와대 관계자 등 회담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특히 비건 대표가 외교안보 이슈 책임자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아닌 임 실장을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임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최근거리 보좌한다는 점에서 백악관 측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비중있게 환기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날 방한한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을 찾아 임종석 실장과 면담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임 실장과 비건 대표는 내년 초로 예고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진행 상황에 관해 심도 깊게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 실장은 비건 대표에게 북미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줄 것을 당부했으며 비건 대표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측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청와대에 도움을 청한 것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북미간 고위급회담과 실무접촉이 전혀 가동되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로 풀이된다. 우리 측에선 권희석 안보전략비서관이, 미 측에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눈길이 쏠리는 대목은 비건 대표가 청와대 인사 중 임 실장을 만났다는 점이다. 통상 비건 대표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청와대를 찾을 때는 외교안보 라인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회담에 참석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임 실장이 먼저 접견에 나섰다. 정 실장은 하루 뒤인 30일 비건 대표와 만난다고 청와대 측이 뒤늦게 발표했다.

비건 대표의 이 같은 결정에는 임 실장이 남북 협력사업을 주도하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인 점이 고려됐을 것이란 전언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다시 한번 북한을 설득해 북미간 입장차이를 좁히는 중재역을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연내 추진 중인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착공식, 산림협력에 관해 대북제재 면제 여부를 조율하면서도 속도 조절을 주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건 대표 측이 남북 교류ㆍ협력 주무장관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의 회담(30일)을 이날 뒤늦게 확정한 것도 이런 시각에 힘을 싣고 있다.

일각에선 비건 대표가 문 대통령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를 수용하긴 어려워 절충안으로 임 실장이 면담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임 실장을 면담하고 싶다는 요청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간 대북 공조 방안 조율을 위해 방한한 스티븐 비건(왼쪽)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9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하기에 앞서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한미간 대북 공조 방안 조율을 위해 방한한 스티븐 비건(왼쪽)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9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하기에 앞서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이날 오전 강경화 장관, 이도훈 본부장과의 각 회담에서 비건 대표는 북미 고위급ㆍ실무회담 가능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이 본부장과의 협의 모두발언에서 “우리(한미)는 한반도에서 지난 70년의 전쟁과 적대관계의 종식, 그리고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할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우리는 북한과의 실무협의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시작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본부장은 “이 방에 있는 모두가 당신과 북측 대표가 최대한 빨리 만나 지금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답했다. 비건 대표는 당초 30일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31일 오전 귀국하는 일정으로 확정했다.

한편 강경화 장관은 이날 저녁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하고 최근 북미 후속협상 동향을 전해 들었으며 대이란 제재 예외 인정 문제를 논의했다.

이도훈(오른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가운데)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왼쪽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류효진 기자
이도훈(오른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가운데)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왼쪽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류효진 기자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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