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조절론 재확인 장기전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북핵 문제와 관련해 “얼마나 오래 걸린다 해도 상관없다. 나는 핵실험이 없는 한 얼마나 오래 걸릴지에 상관 안 한다고 내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는 한 서두르지 않고 장기전 태세로 북한과의 협상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그간 거듭 피력해왔던 속도조절론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리노이에서 열린 공화당 지원 유세에서 비핵화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에 반박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전임자들이 수십 년간 북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방치했다고 비판하면서 “내가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를 떠난 건 3∼4개월 전”이라며 “충분하게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들은 이 문제에 대해 70년간 해왔지만 나는 4개월 동안 해냈다”며 핵실험 중단과 유해 송환 등의 성과를 과시했다. 그는 “우리는 김정은(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그것에 대해 기분이 좋다. 더는 실험도 없고 그들은 현장을 폐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한은 경제적으로 아주 좋은 곳이 될 것이다. 위치가 매우 좋다"면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 사이에 있는, 얼마나 좋은 위치냐. 환상적일 것”이라고 말하며 북한에 대한 밝은 청사진도 재차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김 위원장에게 거친 '말폭탄'을 날렸던 데 대해선 "지금은 관계가 참 좋아서 말하고 싶지조차 않지만, 레토릭은 잔인했다"며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리가 매우 좋은 관계를 형성한 이 지점으로까지 견인하는 데 있어 그것(레토릭)은 궁극적으로 매우 중요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아울러 “전에는 우리는 곤경에 빠져 있었다. 수백만 명이 죽는 큰 전쟁으로 갈 뻔 했었다. 서울은 국경(휴전선)으로부터 불과 30마일 떨어져 있다"며 자신 덕분에 전쟁을 피했다는 주장도 재자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린 유세에서도 ‘훌륭하게 해 내는 일’의 예로 북한 문제를 꼽으며 “그들은 항상 충분히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가 여기 없었다면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미뤄진 상황에서 속도조절을 거듭 피력한 것은 기왕 북미 정상회담이 늦어진 마당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확실한 성과를 도출하는데 방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서 합의한 실무 협상 등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속도 조절론을 통해 ‘제재를 유지하는 한 급한 쪽은 북한’이라는 압박성 메시지도 보낸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간인 지난달 26일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과 관련, “시간 게임(time game)을 하지 않겠다.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혹은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북미 협상을 총괄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시간 게임'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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