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일당과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51) 경남지사의 첫 공판에서 허익범 특검 측은 김 지사의 핵심 공모 정황인 킹크랩 시연 참석을 적극 부각시킨 반면,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일당의 입 맞추기 정황을 제시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기소)씨의 핵심 측근인 ‘서유기’ 박모(31ㆍ구속기소)씨와 ‘솔본아르타’ 양모(35ㆍ구속기소)씨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김 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댓글조작이 이뤄진 과정과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회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박씨와 양씨는 드루킹 근거지인 경기 파주 느릅나무출판사(일명 산채)에 기거하며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자금책 역할을 하거나 드루킹 일당의 자금줄로 의심 받는 비누업체 ‘플로랄맘’의 생산 재고관리 등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이들은 김 지사가 2016~2017년에 세 차례에 걸쳐 산채에 방문했으며, 두 번째 방문에선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당시 드루킹이 김 지사 방문을 예고하며 나에겐 브리핑 자료를 준비하라 했고, 킹크랩 개발자인 ‘둘리’ 우모(32ㆍ구속기소)씨에게는 시제품(프로토타입)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드루킹이 (시연회를 위해) 브리핑 도중 김 지사와 둘이 할 얘기가 있다며 다른 사람들은 다 나가라고 했고, 우씨만 따로 불러 댓글조작에 이용된 휴대폰을 들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시연회를 마친 뒤 드루킹 김씨가 “‘김 의원 허락이 있어야 (킹크랩을) 개발할 수 있는데, 고개를 끄덕여 허락했다’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양씨는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창 너머로 봤으며, 지난해 1월 세 번째 방문에선 김 지사가 경공모 활동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경공모 거사에 대한 방해가 있으면 내가 책임지고 방어하겠다”고 말하는 걸 직접 들었다고 증언했다. 당시는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직함을 가질 때고, 3개월 뒤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양씨는 경공모 회원들이 이 같은 얘기를 전해 듣고 박수 치며 환호했다며 당시 상황을 묘사하기도 했다. 거사에 대해선 M&A나 경제민주화 운동할 때 도와준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댓글조작이 이뤄진 과정도 상세히 진술했다.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텔레그램으로 기사 링크를 보내면 드루킹이 ‘AAA’라는 표시를 달아 회원들에게 공유하는 식으로 댓글조작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박씨는 “드루킹이 ‘A다 얘들아’ 등으로 말하면 김 의원이 보낸 기사이니 우선 작업하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 지사 측은 재판 내내 “드루킹 일당의 입 맞추기가 있었다”며 진술 신빙성을 공격했다. 김 지사 측은 드루킹과 양씨가 구치소에서 작성한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드루킹이 작성한 메모에는 공범들과 수사에 어떻게 대응하고, 진술은 어떻게 할지 등을 조율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이는 같은 변호인을 선임한 다른 공범들에게 전달됐고, 이들이 입을 맞춰 허위 내용을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수사 받는 과정에서 변호인을 통해 드루킹의 지시사항을 전달 받은 적이 있다”며 김 지사 측 변호인 주장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면서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새로운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며 “지금까지 조사과정에서 그랬듯 남아있는 법적 절차도 충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가 현직 도지사인 점 등을 고려해 재판은 주 1회 매주 금요일마다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김 지사와 공범으로 지목된 드루킹 일당이 구속돼 있고, 증인이 많아 재판 횟수를 늘려야 한다는 특검 측 주장에 따라 향후 재판부가 심리를 주 2, 3회로 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