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ㆍ난민문제 해결 못한 정치권 향한 민심의 심판… 증오 확산ㆍ민주주의 퇴보 우려
극우 돌풍이 유럽에 이어 남미 대륙까지 상륙하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국제사회 초강대국에서 나타난 스트롱맨들과 포퓰리즘 물결이 유럽과 남미의 지역 강국에까지 부상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이 공통적으로 반(反)난민 정책 등 자국 우선주의를 제1의 가치로 내세우고, 증오와 분노를 통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민주주의의 퇴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유럽에서부터 서서히 몸집을 키워 온 극우 정치 세력은 국제 정치에서 이제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다. 폴란드 헝가리 오스트리아에 이어 지난 3월 서유럽 국가 최초로 이탈리아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권이 탄생했고, 이들은 공동전선을 형성하며 유럽 정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북유럽 복지국가 스웨덴에서조차 신(新)나치 운동에 뿌리를 둔 ‘스웨덴 민주당’이 제3당으로 원내에 진입하며 좌파 중도 성향의 사회민주당은 뿌리째 위협받고 있다.
‘핑크 타이드(온건사회주의)’를 지향해 온 남미 역시 극우화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28일(현지시간) 남미 좌파 벨트를 이끌어온 브라질의 대선 결선에서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당선된 것은 남미 좌파의 퇴조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앞서 아르헨티나, 칠레, 파라과이, 콜롬비아의 집권 세력도 강경 보수 진영으로 넘어가면서 남미의 정치 지형 역시 오른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구촌 전역의 우파 포퓰리즘의 득세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심판 성격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갈수록 커지는 경제적 양극화, 난민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주류 세력 대신 변방에 머물던 극우 정치를 대안세력으로 키워 보고자 기회를 준 것이다.
난민 친화적 정책을 유지해 왔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이 최근 바이에른과 헤센주 등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고전하고,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선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치 무관심도 극우 세력을 키우는 토양이 됐다. 호주의 온라인 비영리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무관심으로 이어지면서, 다수의 일반적 민심이 아닌 극단주의 성향의 소수 여론이 제도권 정치에 과다 대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 측면도 있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국제 질서를 주도하는 강대국 지도자들부터 국가주의, 민족주의에 골몰하는 상황에서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파 포퓰리즘의 지속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는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당장의 인기를 얻기 위한 근시안적 정책들로 꾸려졌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이탈리아와 브라질 등의 포퓰리즘 세력들은 좌파가 주창하는 복지 확대, 우파가 강조하는 감세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책적 오류가 금세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포용과 협력 등 다자주의와 민주주의 가치가 무너질 경우 국제적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도 적지 않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극우 포퓰리즘 세력은) 기존 질서의 약점을 공격하며, 무너뜨릴 수는 있지만,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군비경쟁이나 전쟁과 같은 갈등으로밖에 이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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