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3당 원내대표 회동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정례회동을 갖고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 3당 원내 지도부가 주요 현안을 두고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는 다음달 1일이나 돼야 돌파구를 찾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 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비공개 회동 직후 홍 원내대표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사법농단에 대해 철저히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것에 반대하지 않지만, 지금 김명수 대법원장이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먼저 사임을 시키고 특별재판부 설치를 논의하자고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냉랭했던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당이 중심이 돼 추진중인 고용세습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전혀 접점을 찾지 못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국정조사는) 의장이 아예 꺼내지도 않았고, 민주당도 전혀 생각이 없었다”며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 역시 “특별재판부와 국정조사 논의는 평행선”이라고 말했다.
냉랭한 대화 분위기는 회동 시작부터 예고됐다. 모두발언에 나선 홍 원내대표가 “국회가 금도를 넘어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난하고 국회 품격까지 의심케 하는 여러 공방전이 있었다”고 야당을 겨냥하자,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제왕적 대통령 수준을 넘어 거의 황제폐하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맞받아쳤기 때문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작심한 듯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군사합의서에 대해 국민 동의절차 없이 청와대가 비준 처리해버렸다”며 “이러면서 국회가 협치하지 않는다 비판하고, 야당이 쓴 소리를 하면 막말이라 한다”고 그간의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회동에서 각 당의 입장만 확인한 채 전혀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함에 따라 자칫 남은 정기국회 동안 정국이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여야 안팎에서는 특별재판부 추진에 대해 한국당 출신의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논의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등 다소 유연한 입장도 감지돼, 다음달 1일 대통령 시정연설이나 청와대에서 추진 중인 다음달 5일 여야정협의체 등을 통해 물꼬를 틀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