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선 승리
‘남미의 가장 극단적 지도자’ 평가

남미 대륙에 ‘도널드 트럼프’ 물결이 번지는 걸까. ‘브라질의 트럼프’라 불리우는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28일(현지시간) 55.13% 득표율로 좌파 노동자당(PT)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누르고 당선됐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것에 전 세계가 충격받았던 것과는 달리, 브라질 대선 결과는 이미 예측됐던 바다. 13년간 권력을 잡아온 브라질 좌파 정부의 무능과 부정부패에 민심이 오래 전부터 떠났기 때문이다. 특히 2014년 ‘세차작전(Lava Jato)’이라 불리는 반부패 수사로 전ㆍ현직 대통령이 구속되거나 탄핵, 기소되는 등 정치계의 각종 비리가 연이어 터지면서 브라질 국민은 분노에 이르렀다. 마침내 ‘좌파의 아이콘’이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마저 뇌물수수로 12년 형을 받고 투옥되자 브라질 국민들은 좌파에 등을 돌렸다. 이런 상황에서 극우파 보우소나루 후보의 파격 행보는 정치적 청량감을 주며 차악(次惡)이 됐다. 브라질의 정경유착과 비리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2017년 국제투명성기구(TI)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브라질은 100점 만점 중 37점을 받으며 180개 국가 중 96위로 하위권에 그쳤다.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위기도 민심이 우파로 기우는 데 한몫 했다. 2015년 브라질의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3.5%까지 추락했고 지난해에 겨우 1% 성장으로 올라섰다. 미국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도 하락세(28일 기준)를 이어가는 추세에 세계은행마저 브라질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 치안문제도 심각하다. 작년 브라질에서 발생한 살인 건수는 전년보다 10% 늘어난 6만4000건.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군인 출신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는 2014년 연방의원 선거에 최다 득표로 당선되면서 2018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초반만 하더라도 주목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하는 트럼프식 수사법과 강성발언으로 서서히 인지도를 높였다. 성 소수자와 여성차별은 물론, 과거 독재정치를 옹호하는 발언을 반복해도 그가 부패에 관련한 이력이 없다는 점이 유권자들을 끌어당겼다. 현재 브라질 사회에서 정치인의 극단적 사고방식보다 부정부패에 대한 염증이 더 심하다는 사실을 방증한 셈이다.
내년 1월1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보우소나루는 당선이 확정된 직후 “신뢰를 보여줘서 감사하다. 우리는 브라질을 바꿀 것이다”라고 트위터에 남겼다. 반면 28일 뉴욕타임스(NYT)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브라질 전문가 스콧 메인워링 교수의 발언을 인용, 우려를 표명했다. 메인워링 교수는 “정말 급진적인 변화다. 남미 민주 선거에서 당선된 지도자 가운데 이보다 더 극단적인 지도자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브라질 대선 결과가 좌파 정권에 대한 피로감에서 선출된 차악일지, 브라질을 성장시킬 최선의 결과일지 현재로서는 가늠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전근휘 인턴기자
김정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