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선이 무너졌다. 29일 증시에서 장중 2000선 이하로 고꾸라진 코스피는 마감 때까지 롤러코스터를 타며 반등을 시도하다 전일 대비 31.10 포인트(1.53%) 떨어진 1996.05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종가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지기는 2016년 12월 7일 이래 22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스닥 역시 전일 대비 33.37포인트(5.03%)나 급락했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오전 시장 안정을 위해 5,000억원의 자금을 조성해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투자심리를 붙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하락세는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진 가운데 개인 투매가 맞물린 탓이 컸다. 외국인은 1,650억원, 개인은 4,233억원 순매도했다. 전 주말 다우존스지수가 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의 실적 악화로 전날 대비 1.2% 떨어지는 등 미국 증시 하락이 영향을 줬다. 하지만 단기 요인보다 이달 들어 26일까지 코스피에서만 무려 3조7,900억원, 코스닥에서 7,1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외국인 자금의 이탈 추세가 국내 투자자를 압박하며 매도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는 게 문제다. 일부 증권사에선 최악의 경우 코스피가 연내 1800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국내 증시를 압박하고 있는 최대 외부 변수는 장기화하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이다. 무역 갈등의 불똥이 금융시장으로 옮겨붙을 조짐을 보이자 글로벌 투자자금의 탈(脫)중국, 탈아시아, 탈신흥국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 증시는 지난주 이래 신흥국 증시 중에서도 가장 격렬한 하락세를 겪고 있다. 조선 자동차 등 핵심 제조업의 구조조정 및 실적 부진, 그나마 버팀목이 돼 왔던 반도체ㆍ바이오 기업의 전망 악화, 환율 불안 등이 겹친 탓이다.
투자자들은 정부에 증시 대책을 하소연하고 있으나 어떤 단기대책도 당장의 추세를 바꾸긴 어렵다. 연기금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기술적 대책일 뿐이다. 서둘러 적극적인 경제정책 개편 신호를 보이는 게 최선이다.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에 나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강구하겠다는 신호를 보여야 그나마 점진적 안정이라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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