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급 가구보다 분가 빠르고
교육 기간도 1.6년 짧은 영향
대구 달서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김모(74) 할아버지는 자녀 세 명 중 두 명이 대를 이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다. 첫째 아들(47)은 건설업 일용 노동자로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4년 전부터 수급자가 되었고, 딸(43)은 식당 일을 하다 어깨에 문제가 생겨 현재 자활 급여(정부가 제공하는 자활사업에 참여하고 임금 형태로 급여 수급)를 탄다. 이처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부모를 둔 자녀가 빈곤의 늪에 빠지는 비율이 비(非) 수급 가구보다 세 배나 높은 것으로 통계로 확인됐다.
29일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김원정 강사ㆍ류진석 교수가 지난 26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주관한 한국노동패널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급 가구 출신으로 분가한 청년 가구가 빈곤층(물려받은 재산 제외한 경상소득 하위 20%)인 비율은 25.0%였다. 이는 비수급 가구 출신이 빈곤층이 된 비율(8.6%)보다 약 2.9배 높은 비율이다. 연구진은 한국노동패널에 참여하는 청년(18~34세) 가구주 359명의 2016년 소득 통계를 활용했다. 한국노동패널은 노동연구원이 표본 5,000가구를 대상으로 매년 경제활동 등을 추적하는 조사이다.
수급 가구는 비교적 분가가 빠르고, 교육 기간이 짧았다. 수급 가구 출신은 평균 분가 연령이 22.8세로 비수급 가구 출신(26.6세)보다 3.8세 적었다. 교육을 받은 기간은 수급가구 출신이 평균 13.2년으로 비수급 가구 출신(14.8년)보다 1.6년 짧았다. 특히 고졸 이하 비율은 수급 가구 출신이 50.0%로 비수급 가구 출신(16.2%)의 세 배 이상이었다.
빈곤의 대물림을 매개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연구진이 나머지 변수들을 통제한 채 개별 변수의 효과를 살펴본 결과, 짧은 교육 기간이 수급 가구 출신이 빈곤에 빠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의 경우에도 가정 형편상 자녀들 학업을 충분히 뒷바라지하지 못했다. 그 결과 첫째는 중학교만 나왔고, 둘째는 고교에 진학한 뒤 중퇴를 했다.
교육만큼은 아니었지만 가구 분리 시점이 빠른 점도 일부 영향을 줬다. 반면 부모의 수급 여부 그 자체는 다른 변수가 동일하다고 했을 때 자녀의 빈곤 여부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연구진은 “수급가구 자녀를 위한 취학 전 보육 프로그램, 학교 적응 프로그램, 직업훈련, 대학 학자금 지원 등의 기회평등 정책을 확대하고, 성취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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