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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박원순의 유턴

입력
2018.10.29 18: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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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가 박원순을 서울시장으로 올려놓은 계기는 초등학교 무상급식 논쟁이다. 2011년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추진한 무상급식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하자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민투표로 도입 여부를 결정하자며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투표율 미달로 개표가 무산되자 오 시장이 물러나고, 보궐선거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 1기가 열렸다. ‘초등 5, 6학년 무상급식 지원’ 결재가 박 시장의 첫 업무였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 박 시장이 2021년 시내 고교로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고 29일 밝혔다. “무상급식은 단순히 점심 한 끼를 넘어 행복권을 보장하고 실현하는 과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계획이 성사되면 박 시장은 무상급식으로 당선된 지 10년 만에 모든 초중고 무상급식이라는 숙원사업을 ‘완성’하게 된다. 박 시장의 ‘복지 실험’은 무상보육으로 확대되고 있다. 27일 ‘서울 복지박람회’에서 2019년부터 어린이집 완전 무상보육 시행 계획을 밝혔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민간 어립이집 보육료 차액을 지원해 실질적 무상보육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 민선 3기를 시작하며 많은 곡절을 겪었던 박 시장이 자신의 ‘장기’인 생활정치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여의도ㆍ용산 통합개발 추진, 삼양동 옥탑방살이를 끝내며 발표한 ‘강북 플랜’ 등으로 서울 집값 급등의 원인제공자로 지목돼 큰 후유증을 겪은 여파로 보인다. 사실 시민들이 그에게 기대한 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닌 사람에 대한 투자다. 무상급식과 시립대 반값등록금, 도시재생과 사회복지, 12만호 임대주택 공급 등 생활밀착형 정책에 시민들은 성원을 보냈다. 궤도를 이탈한 대규모 개발계획은 대선을 의식한 ‘굵직한 한방’을 노린 무리수였음이 금세 드러났다. 대선주자 선호도 1위 자리를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내준 것도 그때쯤부터다.

□ 박원순의 유턴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앞서 유은혜 교육부장관의 고교 무상교육 도입 발언을 보면 일단 박 시장이 문재인 정부와 다시 코드를 맞춘 성격이 있다. 하지만 무상급식, 무상보육 모두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 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무상급식에는 7,000억원이, 무상보육에는 450억원이 필요하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분담하는 방식인데 일부 구가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사람이 행복한 서울’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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