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의회가 추가경정예산 심의에서 군 자체사업비의 90%이상을 삭감한 데 대해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삭감된 예산 대부분이 태풍 피해복구, 주민숙원 등 현안사업이 포함되자 거센 주민 반발을 불러왔다.
고흥군의회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의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지만 결과적으로 군민의 생활과 밀접한 예산이 삭감된 것에 대해 사과 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집행부와 충분한 소통과 협치 속에 상호 독립과 존중을 바탕으로 견제와 균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흥군의회는 지난 5일 제272회 임시회 추경예산안 심의에서 편성액 404억원 가운데 222억원(55%)원을 삭감하고 182억원만 승인했다. 전남도와 매칭 사업, 필수 경비 등을 뺀 자체사업 예산 대부분이 삭감됐다.
특히 자체사업비로 편성된 240억원 가운데 18억원만 남기고 92.5%를 삭감했다. 봉계 입체교차로 설치, 국도 27호선 녹동휴게소 지하차도 신설, 고흥만 관광지구 진입체계 개선, 농어촌 도로 포장사업 등 지역 사회간접자본 사업이 모두 삭감됐다. 지난 8월 태풍 ‘솔릭’ 피해 복구사업비 11억원도 삭감되면서 고흥군과 군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민주평화당 소속인 송귀근 군수와 군의회 다수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 힘겨루기, 군수 길들이기, 군정 발목잡기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고흥군의회는 12명 가운데 민주당 9명, 평화당 2명, 무소속 1명이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은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지역단체와 주민들은 군의회를 항의 방문하고 ‘주민 숙원사업을 삭감한 고흥군의회 해산하라’, ‘다수당 횡포 군민은 분노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마을 곳곳에 내걸고 군의회의 도 넘은 예산삭감 처사를 규탄했다.
송귀근 군수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예산삭감으로 인해 집행부와 의회가 대립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군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것은 잘못된 일로 양 기관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며 “삭감된 사업이 다시 추진되도록 의회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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