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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없앨 수도 없애서도 안 되는 존재로 인식해야

입력
2018.10.30 04:40
수정
2018.10.30 09: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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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마이너리티] <17> 캣맘ㆍ캣대디

길고양이들은 밖에서 살고 있지만 이미 사람들에게 길들여져 사람들에게 의지해서 살 수밖에 없는 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길고양이들은 밖에서 살고 있지만 이미 사람들에게 길들여져 사람들에게 의지해서 살 수밖에 없는 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3년 전 2015년 10월 경기 용인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던 50대 주부가 아파트 위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길고양이 보호를 둘러싼 주민 간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캣맘 사건’으로 불렸지만 나중에 당시 열 살 어린이가 중력 실험을 하려고 벽돌을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혀 캣맘과 관계가 없는 사건이었지만 사람들은 길고양이로 인한 갈등이 사건의 원인이라고 성급히 단정할 정도로 이미 캣맘ㆍ캣대디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는 사실을 방증한 사건이기도 했다.

다른 동물보다 유독 캣맘ㆍ캣대디에 대한 반감과 갈등이 부각되는 배경에는 길고양이만의 특성 때문도 있다. 길고양이는 완전한 야생동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반려동물이라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위치에서 사람들 눈에 띄는 곳곳에 살아간다. 길고양이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돌봄에 대한 갈등도 생기기 쉽다. 캣맘ㆍ캣대디는 길고양이와 관계를 맺으며 돌봄을 시작하게 되지만 주인이 없다는 것은 결국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과 같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주인 없는 대상인 길고양이는 함부로 해도 되는 존재로 여겨지고, 그만큼 폭력과 학대에 노출되기 쉽다”며 “주민과 캣맘과의 갈등이 벌어졌을 때 고양이가 희생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그러나 길고양이들이 밖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이미 사람에게 길들여졌고 사람에 의지해서 살 수밖에 없는 종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에 캣맘ㆍ캣대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중성화수술(TNR)은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과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를 중재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다. 개체 수가 조절되는 효과뿐 아니라 길고양이 관련 민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발정기 때 내는 소리도 사라지게 된다. 또 캣맘ㆍ캣대디가 밥을 주면 배고픈 길고양이가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뜯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길고양이란 사람이 개입한다고 해서 없앨 수도 없고, 없애서도 안 되는 동물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다른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방법으로 돌보는 건 물론 지양해야 한다”면서도 “주민들도 단지 고양이 돌보는 행위가 싫다고 방해해서는 안 된다. 고양이는 눈앞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사라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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