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중증도를 고려한 기대사망자 수의 5배가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병원이 존재하는 등, ‘표준화사망비’가 과도하게 높은 중소병원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센터를 통해 300병상 미만의 병원과 요양병원의 표준화 사망비(중앙값 기준) 자료를 제출 받아 29일 공개했다. 표준화사망비란 1년 동안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들 중에서 사망 환자 수가 많은 상위 80% 주진단군을 대상으로 실제 사망한 환자 수와 환자의 중증도를 고려한 기대사망자 수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이 수치가 100이라면 병의 중한 정도를 고려했을 때 해당 병원에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 수와 실제 사망한 수가 같다는 뜻이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표준화사망비는 병원은 74.18, 요양병원은 107.37로 나타났다. 병원은 기대사망자수 대비 실제사망자수가 적고, 요양병원도 100을 조금 넘는 정도여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는 평균 수치일 뿐, 표준화사망비가 높은 상위 20개 병원의 상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먼저 300병상 미만 ‘병원’의 경우, 경기도 소재 100병상 미만인 A병원의 표준화사망비는 무려 567.43에 이르러, 기대사망자수의 5배가 넘는 실제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 가능했다. 또 대구 소재 100병상 미만 B병원은 이 수치가 440.53으로 두 번째로 높았는데, 이 병원은 2014년 486.93, 2015년 374.92로 3년째 지속적으로 상위 20위에 속했다.
김 의원은 “상위 20위에 속하는 병원 중 6곳을 제외한 14개 병원은 2012년부터 2015년 사이에도 줄곧 상위 20위에 속해왔던 것으로 나타나, 표준화사망비가 높은 병원은 몇 년째 그 상태를 유지해 온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반대로 2016년 표준화 사망비가 가장 낮은 병원은 34.06으로, 상대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은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준화사망비가 높은 300병상 미만 ‘요양병원’의 경우 인천 소재 100~300병상 C요양병원이 표준화사망비 292.01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요양병원은 2013년 238.27, 2014년 238.79, 2015년 231.34로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희 의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병원별 표준화사망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는 병원 표준화 사망비를 평가하고 국가, 주를 포함해 개별 병원의 표준화 사망비를 공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스코틀랜드도 각각 특정 질환별 30일 이내 사망률과 입원 30일 이내 사망비를 공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평가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심평원은 비공개 이유로 ‘공개 시 의료기관 쏠림 현상 가중’ ‘병원을 등급화하여 공개하는 경우 사망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기피’ ‘진료비 청구명세서만을 이용한 평가로, 결과 해석에 있어서 제한이 있는 점’ 등을 들고 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김 의원은 “당장 표준화사망비를 공개하지는 못할지라도 지나치게 높은 중소형 병원을 대상으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해 해당 병원에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칠만한 특별한 문제는 없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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