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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실효적 자치경찰제로 수사권조정 우려 불식해야

입력
2018.10.30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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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6월 21일 ‘검ㆍ경 수사권조정안’을 발표하였다. 핵심내용은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한다’는 것이다. 검찰의 사전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직접 수사를 제한하는 반면, 경찰은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이 조정안이 법치국가적 인권보호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인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하기에는 확대된 경찰권을 견제할 장치가 미흡하다.

먼저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사후적) 보완 수사요구’는 해외 입법례를 찾아보기 힘들고 학계에서도 생경한 제도다. 또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경찰이 응하지 않아도 이를 시정할 실질적 담보장치가 없다. 경찰에 대한 사후적 징계요구가 해당 사건으로 이미 침해된 국민인권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리도 만무하다.

사법작용 영역인 기소ㆍ불기소의 판단과 결정을 간단히 행정의 영역으로 돌려버린 것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수사권조정안에 따르면, 피해자는 경찰의 독자적 판단으로 종결된 사건에서 스스로 이의신청을 거쳐 억울함을 호소하여야 한다. 이의제기조차 어려운 사회적 약자의 경우에게는 속수무책이다. 인권보호라는 수사권조정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경찰권력 비대화에 대한 대비가 없다는 점이다. 이번 수사권조정안에 의하면 방대한 조직과 정보망을 가지고 있는 경찰은 법치국가적 통제를 받지 않는 강력한 국가권력의 형상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정부는 수사권조정을 자치경찰제와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자치경찰제 계획을 조속히 수립하여 2019년 내 서울ㆍ세종ㆍ제주에서 시범실시 후 대통령 임기 내에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가경찰의 수사 기능 등을 얼마나 어떤 형태로 자치경찰에 이관할 것인지에 내용은 없다. 결국 수사권조정과 자치경찰제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선언은 하였으나, 일부 지역 시범실시만 언급된 자치경찰제와 수사권조정을 어떻게 잘 연계할 것인지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되어 있다. 이래서는 견제장치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구상하는 자치경찰의 모습도 우려된다. 기존의 논의과정을 보면 광역단위 자치경찰에 기존 제주자치경찰보다는 일부 확대된 권한을 주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제주자치경찰의 확대 버전은 제대로 된 자치경찰이라고 보기 어렵다.

자치경찰제는 비대해진 경찰권을 제도적으로 분산시켜 시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장치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로서 수사권조정의 선결과제로 꼽혀왔다. 실효적 자치경찰제를 위해서는 국가경찰의 권한ㆍ인력ㆍ예산 등이 온전히 자치경찰로 이전, 전환되어야 하고, 자치경찰은 국가경찰과 대등한 지위에서 치안의 주체로 일반적 수사권 등 충분한 권한을 보유하여야 한다. 국가경찰 조직이 그대로 유지되고, 자치경찰의 수사권이 제한되는 ‘무늬만 자치경찰’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경찰권 분산효과가 없다.

진정 국민의 권익을 중심에 둔 수사권조정이라면 검찰에서 덜어낸 힘을 아무 통제 없이 그대로 경찰에게 넘겨주는 형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자치경찰제를 실효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깊은 고민이 요구된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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