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양자 협의 5일만에
갑작스러운 2박 3일 일정
/그림 1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ㆍ미 간 대북공조 전략 논의를 위해 28일 다시 한국을 찾았다. 비건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간 회담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방한하면서 북미 회동을 겸한 일정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2박 3일의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장관을 예방한 뒤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협상 수석대표 협의에 나선다. 또 같은날 오후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와의 협의도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한미 회담은 곧 재개될 북미 고위급 회담을 준비하는 성격이 강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앞서 19일 “열흘 내 나와 (북한) 카운터파트간 고위급 회담이 열리길 기대한다”며 예고한 시한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태다. 이에 비건 대표가 우리 측에 북미 회담 추진 상황을 공유하고, 최근 6ㆍ25전쟁 종전선언에서 대북제재 완화로 대북 협상 의제가 옮겨가는 데 대한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방한했을 때와 달리 조명균 통일부 장관 예방 일정은 없어,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착공식이나 산림협력 등 남북 협력사업에 관해 속도조절을 주문하는 메시지는 약하다는 평가다.
비건 대표와 최선희 부상의 ‘판문점 회동’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당초 비건 대표의 이번 방한은 시기상 의외라는 평이 많았다. 불과 닷새 전인 21~23일(현지시간) 이도훈 본부장이 워싱턴을 찾아 비건 대표와 만찬을 비롯한 양자 협의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비건 특별대표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이후 성사되지 않고 있는 최 부상과의 회동을 겸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로서는 북ㆍ미 실무회담이 이번 기회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30일 오전이면 귀국하는 비건 특별대표의 일정상 시간적 여유가 많진 않다. 정부 관계자는 “미 국무부도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 목적을 한미 협의로 발표했다”며 “북측 접촉 일정은 확인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28, 29일 판문점에서 예정된 북미 간 접촉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 북미 사이 회동에 앞서 보였던 준비 상황이 현재 관찰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비건 특별대표가 최 부상과 만나지 않더라도 연달아 서울을 찾음으로써 북측에 조속한 협상 재개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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