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이틀 후 보고받아
이슈ㆍ의제별 활동 전망까지 적시
민간인을 포함한 광범위한 정치사찰로 논란을 빚은 ‘이명박(MB) 정권 청와대’가 19대 총선 직후 시민단체 출신 당선자들의 활동 전망을 담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에는 당선자 11인의 명단은 물론, 이슈ㆍ의제별 활동 전망까지 적시돼 있다. 청와대가 이들을 사실상 특별관리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기록원을 통해 확보한 대통령기록물 사본 ‘국정 비판단체 총선 이후 활동 전망’ 문건에 따르면 MB 청와대는 19대 총선 이틀 후인 2012년 4월 13일 시민사회비서관실로부터 시민단체 출신 당선자들의 향후 정치활동 전망을 보고 받았다.
문건에는 특히 “시민단체 출신의 원내진출 확대에 따라 국회에 제공되는 정부 자료에 기반한 폭로형 운동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담겼다. 구체적으로 제주해군기지, 한미FTA, 4대강, 원전 정책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봤다.
문건은 그러면서 19대 의원 11명을 지목했다.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으로는 참여연대 출신인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활동을 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을 지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해 이학영ㆍ김상희ㆍ남인순ㆍ최민희ㆍ송호창ㆍ김용익 의원 등 9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정의당의 전신격인 진보통합당 소속으로는 참여연대 창립발기인인 박원석 전 의원과 녹색연합 사무처장 출신 김제남 전 의원이 거명됐다. 문건은 “이들이 각종 법률 제ㆍ개정 활동에 공조하고 거리집회와 의정활동간 협력 강화로 각종 청문회와 특검 도입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MB 청와대는 야권 인사들의 향후 의정활동 시나리오를 의제 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주요 이슈와 관련해서는 4대강 복원을 위한 정책협약 이행 촉구, 한미FTA 무효화 및 폐기 결의안,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규제 강화, 노후원전 폐기법 제정 등이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찰법 개정을 통한 사법개혁,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용이하게 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움직임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썼다.
해당 문건은 사회통합수석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장 이상까지 보고됐을 것이라는 게 김 의원 측 판단이다. 김 의원은 “총선 직후 시민단체 출신 당선자를 ‘국정 비판단체’로 규정하고 활동 전망을 분석한 것은 이들을 특별관리대상으로 인식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정권 말기까지 통합과 협치보다 감시와 관리로 일관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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