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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소포 이어 유대인에 총기난사… 美 혐오범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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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소포 이어 유대인에 총기난사… 美 혐오범죄 확산

입력
2018.10.28 18:27
수정
2018.10.28 21: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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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 인근에서 사건 관련자들이 포옹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 인근에서 사건 관련자들이 포옹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극단의 정치가 미국을 ‘증오 사회’로 바꿔 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반대 진영을 무조건 적으로 규정하는 적대 정치가 일상화되면서 이념, 종교, 인종 등 특정 집단을 타깃으로 한 증오 범죄도 잇따르는 양상이다.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정치권의 선동과 근거 없는 음모론이 테러와 폭력을 부추기고, 이를 통해 혐오와 공포, 대립이 다시 조장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미국의 증오범죄가 흑인과 성 소수자 등 전통적 비주류를 겨냥했다면, 최근에는 정치이념이 다른 집단과 특정종교 집단 등 대상이 전 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27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40대 백인 남성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11명이 숨진 사건에 대해 “미국 역사상 최대의 유대인 증오 범죄”라고 규정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 로버트 바우어스(46)는 총을 난사하며 “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평소 극우 성향 인사들이 즐겨 찾는 소셜 미디어 갭닷컴(Gab.com) 계정에“유대인은 사탄의 자식들”이라고 적어놓는 등 유대인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해왔다. 그는 범행 직전 유대인 난민의 미국 정착을 돕는 비영리단체인 ‘히브리 이민자 지원협회(HIAS)’ 웹사이트에 “HIAS는 우리 국민을 죽이는 침략자들을 들여오길 좋아한다”라는 글을 남겼는데, 이는 그가 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WASP)만을 미국의 주류로 여기는 극단적 백인우월주의에 심취했음을 시사한다.

맹목적 정치 신념도 증오 범죄를 키우는 온상이 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법무장관 등 반(反) 트럼프 주요인사를 겨냥한 동시다발적 파이프 폭탄 소포를 연달아 발송한 혐의로 전날 체포된 시저 세이약(56)은 열혈 트럼프 공화당 지지자로 확인됐다. 그가 거주해 온 것으로 추정되는 흰색 밴 차량 유리창에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진과 스티커로 도배돼 있다. NBC방송은 세이약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조지 소로스를 죽여라”, “사회주의자를 모조리 죽여라” 등등 진보진영 인사들을 혐오하는 글이 다수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 통합에 주력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이들의 극단적 증오심을 부추기면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정치적 자산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증오 범죄 양상에 대해 “정치적 레토릭이 정치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폭력 행위의 패턴을 보이고 있다”면서 “주류 정치권의 공격적 언행이 (사회의 아웃사이더인) 비주류들이 물리적 폭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잇따르는 증오 범죄를 양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스스로를 ‘민족주의자’로 정의 내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선 ‘사회주의자’라는 딱지까지 붙이는 등 지지층 결집을 위해 색깔론까지 펴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백인우월주의 집회에 대해서도, 인종차별주의자들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언론은 파이프 폭탄 소포 배달 사건의 용의자로 절도와 사기 등 다수의 범죄 전력이 있던 세이약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공격적인 유세에 매료됐다고 전했다.

정치권이 극우세력의 음모론에 편승하는 것도 문제다. 공화당 유력 정치인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유대인 출신의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등 재력가들이 민주당 지지층을 돈으로 매수하고 있다는 극우세력의 주장을 자신의 트위터에 그대로 게시하며 확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아무런 근거 없이 중미 이민자 행렬에 중동의 테러범들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트럼프에 비판적인 공화당 비평가인 찰리 사이크스는 지난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1,000마일 밖의 카라반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다”며 극우세력에 편승하는 공화당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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