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업계 ‘공룡’으로 성장한 보험대리점(GA)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GA 소속 보험설계사 수가 급증하면서 이제 보험영업 시장에서 대형 GA가 웬만한 중소형 보험사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요구가 금융당국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GA 업계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수가 500명 이상인 GA는 2014년 37곳에서 지난해 56곳으로 증가했다. 이 중 설계사 수가 3,000명 이상인 ‘초대형’ GA도 같은 기간 10곳에서 13곳으로 늘었다. 6월 기준 설계사 수가 가장 많은 GA는 ‘지에이코리아주식회사’로 1만4,485명이 소속돼 있다. ‘빅3’ 대형 생명보험사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준이다.
GA는 2000년대 초반부터 급성장해 왔다. 특정 보험사에 소속될 때보다 다양한 상품을 팔 수 있고 높은 판매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배경으로 설계사 다수가 보험사로부터 GA로 이직하면서 업계 판도가 바뀌었다. 2015년만 해도 보험사 전속 설계사(20만3,000명)가 GA 설계사(19만8,000명)보다 많았지만 이듬해 GA 설계사(20만9,000명) 수가 전속 설계사(19만6,000명) 수를 앞질렀고 이후 차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GA의 덩치가 커질수록 보험 불완전판매를 위시한 부작용도 커지는 형국이다. 설계사에 대한 내부 통제가 느슨한 상황에서 실적 추구를 우선시하는 풍토가 형성된 탓이다.

이에 따라 이달 초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형 GA에 소비자 피해 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GA가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혀도 보험사(원수사)가 1차 책임을 져야 한다. 상품 판매를 위탁한 보험사가 우선 피해 배상을 한 뒤 GA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채 의원은 “과거에는 GA 규모가 작아 배상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보험사에 책임을 물어야 했지만 지금은 중소 보험사가 대형 GA를 관리 감독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대형 GA에 직접적인 배상책임을 부과하고 소속 설계사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속적인 계도로 보험업계 전체 불완전판매 비율은 줄어들고는 있지만 다른 판매 채널에 비해 GA의 불완전판매 비율이 높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GA의 불완전판매 문제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과도한 판매 수수료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보고 최근 보험업감독규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전속 설계사와 GA 설계사의 판매 수수료를 동일하게 책정해 과도한 실적경쟁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GA업계는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GA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에 대한 규제가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져 온 반면 GA에 대해서는 급격하게 강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GA 업계는 당국이 감독규정 개정을 원안대로 강행할 경우 22만명에 달하는 GA 소속 설계사들의 단체행동과 행정소송 제기를 예고하고 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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