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을 강타한 강진과 쓰나미 생존자들이 힘겨운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우기(雨期)를 맞아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비와 최대 피해지역인 팔루와 동갈라 등지의 수습되지 않은 잔해 속 시신 부패로 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한 달째인 28일 세이브더칠더런 등 국제구호 단체들에 따르면 21만명 이상의 이재민들이 현재까지 방수포 등으로 임시로 제작된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현지 구호 파트너인‘야야산 사양이 투나스 칠릭’(YSTC)의 셀리나 숨붕 회장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매몰자들의 시신이 부패하는 가운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모기 번식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며 “말라리아와 뎅기열, 수두 감염 의심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에선 설사와 호흡기 감염 증세를 보이는 주민들의 숫자가 늘고 있으며 구호요원들은 말라리아 예방약 복용을 권고 받은 상황이다. 구호단체 옥스팜 인도네시아 사무소 안셀라 베르팀장도 보도자료를 통해 “온전한 수도나 화장실이 거의 없으며 주민들이 고여있는 물을 마시는 경우도 있다”면서 “마을 곳곳에 널려있는 시신들과 무너진 집, 건물 더미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도 발견된다”고 현지의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우기 본격화로 구호가 필요한 오지에 대한 접근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숨붕 회장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팔루와 동갈라 주변 비포장도로 상당수가 진흙탕으로 바뀌어 더욱 접근이 어려워졌다”며 “그나마 있던 도로도 산사태 위험 때문에 이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구호단체들은 배를 이용해 피해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있지만 오지의 생존자들을 돕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지난달 28일 술라웨시 섬 중부를 강타한 7.5의 지진과 6m 높이의 쓰나미로 현재까지 사망자 수는 2,081명, 실종자는 1,309명에 이른다. 6만8,000가구의 가옥이 파손됐다. 하지만 강진으로 지표면이 늪처럼 변하는 지반 액상화 현상으로 거의 통째로 땅에 삼켜진 마을이 다수여서 구호단체들은 실제 사망자 실종자 수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15조2,900억루피아(약 1조1,5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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