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9일 대부분 상임위에서 종합감사 일정을 갖고 올해 국정감사에 마침표를 찍는다.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실시한 사실상 첫 국감에서 사립유치원 비리와 고용세습 의혹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불거져 완전 맹탕 국감은 면했다. 하지만 20여일 짧은 기간에 진행되는 구조적 한계로 대다수 상임위는 수박 겉핥기로 국정을 감사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여야 초선들의 분투로 싱거울뻔했던 국감에 그나마 활기가 돌았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박용진 의원은 교육위 국감에서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국감 최대 스타가 됐다. ‘언터처블 이익집단’이라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를 상대로 한 박 의원의 외로운 싸움은 유치원 비리 근절 당정을 이끌어내는 성과로 이어져 정책 국감의 표본으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 초선 유민봉 의원은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임직원 친인척 채용 특혜 의혹을 폭로해 무기력에 빠져 있던 야당의 자존심을 살렸다. 유 의원의 집요한 문제제기 또한 야 4당의 채용비리 국정조사 요구로 이어져 정책 국감 이후 정국을 달굴 정책현안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다수 상임위에서는 주마간산 식의 감사가 진행됐다. 보여주기식 ‘깜짝 쇼’는 여전했고 피감기관을 향한 야당 의원들의 호통과 정부를 감싸고 도는 여당 의원들의 엄호성 발언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국가적 이슈가 된 한반도 평화 체제구축과 관련한 외교안보 상임위의 초당적 협력은 기대할 수 없었다. 심각한 경제난이 우려되는 가운데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던 기재위나 정무위에서도 식상한 정쟁만 오갔다.
부실국감이 올해도 이어지다 보니 국감무용론이 연례행사처럼 제기되고 있다. 700개 가까운 피감기관의 정책과 예산을 20일 만에 감사하는 현실에서는 맹탕ㆍ부실국감 논란이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국감무용론이 나올 때마다 상시 국감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지금의 빡빡한 일정으로는 몰아치기를 해소할 수 없다. 상시 국감이 어렵다면 19대 국회에서 논의하다 흐지부지된 반기 2회 분리 국감의 도입이라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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