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8일 구속 후 첫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적시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전직 법원행정처장(대법관)들의 관여ㆍ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새벽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와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이 영장발부 사유로 적시한 “범죄사실 소명”은 범죄혐의가 인정된다는 의미다. 검찰이 지난 4개월간 파헤친 30여 개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사법부 스스로 “실체가 있다”고 확인한 것이다. 임 전 차장은 재판거래와 법관 사찰, 헌법재판소 기밀 유출 등 검찰 수사로 드러난 거의 모든 의혹에 깊이 연루돼있다. 그 동안 검찰 조사를 받은 후배 판사 상당수가 진술한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을 법원도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터다. 향후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중요한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높아진 시점에 임 전 차장의 영장이 발부됐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압수수색영장 기각률 90%가 보여주듯 검찰 수사 초기 잇단 압수수색 영장 기각으로 법원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오죽하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이 특별재판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제식구 감싸기’에서 벗어나 법과 원칙, 드러난 사실과 증거를 기초로 판단한 것은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은 것은 사법농단 사태의 진실 규명과 ‘몸통’ 확인 작업이다. 법원행정처 차장 수준에서 독자적인 판단과 책임 아래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에 나설 수 없음은 상식에 속한다. 각종 증거와 내부자들의 진술도 몸통은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의 대법원 수뇌부였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바닥에 떨어진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려면 조속히 사법농단의 실체를 밝혀내는 방법밖에 없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김명수 사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권도 특별재판부 설치에 속도를 내 실체적 진실 규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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