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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매출 줄어도 신뢰 회복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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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매출 줄어도 신뢰 회복이 우선”

입력
2018.10.29 04:40
수정
2018.10.29 09: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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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제 개편 등 박정호 사장 ‘참회경영’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익이 줄더라도 고객이 싫어하는 행위를 바로잡는 데 돈을 써라.”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올 초 이동통신사업부에 한 주문이다. 당장 매출이 줄더라도 장기적으로 고객 신뢰 회복에 역량을 집중하라는 지시였다. ‘참회경영’이라고도 불리던 박 사장의 지시가 경영인으로서 얼마나 어려운 결정이었는지 SK텔레콤 성적표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올 2분기 매출(4조1,543억원)과 영업이익(3,469억원)이 작년 2분기보다 각각 4.4%, 18.0% 떨어진 데 이어 3분기에도 실적 하락이 확실시된다. 취약계층 요금 감면 등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도 큰 원인이지만, SK텔레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매출 감소를 각오하고 ‘고객가치혁신 프로그램’을 연중 계획으로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요금 합리화ㆍ로밍 개편 손실만 1,500억원

SK텔레콤은 올해 총 8가지 고객가치혁신 프로그램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3월 약정제도 개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로밍 △멤버십 △스마트폰 렌털 △일반 요금제(T플랜) △1020세대 전용 브랜드 ‘0’(영ㆍyoung) △괌ㆍ사이판 전용 로밍 등 7가지를 내놨고, 연말 마지막 1개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고객가치혁신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고 요금은 낮춘 상품들이다. 단기적 손실보다 장기적 충성 고객 확보에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이통사가 고객 신뢰를 잃게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자, 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시행하게 된 계기는,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친 조어) 논란이었다. 일부가 ‘공짜 휴대폰’을 구매하는 사이 노인 등 정보 약자들이 높은 요금제에 가입하거나 비싼 단말기를 지원금 없이 구매하는 등 이용자 차별 영업이 적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 고가요금제 가입 유도와 부가서비스 강매를 막기 위해 전국 SK텔레콤 대리점에 ‘T요금추천’ 시스템을 마련했다. 상담 직원이 태블릿PC로 고객 동의를 받아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고객의 연령ㆍ직전 요금제ㆍ데이터 소진율 등을 분석해 480가지 유형으로 패턴을 세분화한 뒤 가장 적합한 요금제를 추천해 준다. 현재 SK텔레콤 고객 90% 이상이 T요금추천으로 개통하고 있다. 고객의 요금 낭비를 적극적으로 줄여준 결과 SK텔레콤은 T요금추천으로 올해 연간 1,000억원 이상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았던 로밍 요금제도 올 3월 개편했다. 매월 3분 무료 통화, 데이터 요율 1MB당 563원으로 기존 대비 87.5% 인하 등을 추진했다. 매월 해외로 나가는 SK텔레콤 가입자만 40만명으로, 3분 무료 통화를 한 번만 쓰더라도 SK텔레콤의 매출 감소는 연간 200억원이다. 최근 괌ㆍ사이판 전용 상품으로 12월 말까지 매일 데이터 1GB 무료 제공 등도 진행하고 있어, 로밍 사업에서만 500억원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SK텔레콤의 예상이다.

◇경쟁사 개편 뒤따르며 시장 체질 개선

실적은 악화하지만, 의도했던 효과가 하나 둘 실현되고 있다. 2분기 SK텔레콤 가입자 해지율은 1.2%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1위 업체인 SK텔레콤 새 상품을 내놓으면 KT와 LG유플러스의 상품 개편으로 이어지면서 이동통신시장 전체의 체질 개선 효과도 적지 않다. 6월 SK텔레콤이 처음으로 내놓은 스마트폰 렌털 프로그램은 최근 KT에도 도입됐다. SK텔레콤 0브랜드의 10, 20대 데이터 추가 제공 이후, KT는 9월, LG유플러스 10월 각각 1020세대 전용 요금제를 새롭게 출시했다.

서성원 SK텔레콤 이동통신(MNO)사업부장(사장)은 “단기적으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최고경영자가 과감하게 결단해 고객의 신뢰를 다시 찾고 있다”며 “앞으로 2년 이상 장기적으로 고객가치를 혁신하면 고객도 진정성을 느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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