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단념자도 51만6,000명으로 역대 최대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구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침체와 고용한파 속에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으며 ‘구직→취업실패→장기실업→구직단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실업자 수는 월 평균 111만7,000명이다. 이 가운데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1만명) 늘어난 15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장기실업이 늘며 실업자에 대한 공적 지출 역시 크게 늘었다. 한국고용정보통계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약 5조377억원으로, 1년 전(약 4조929억원)보다 23.1%(약 9,448억원) 늘었다.
구직 자체를 포기한 구직단념자 규모도 역대 최고치였다. 올해 1~9월 구직단념자는 월평균 51만6,000명으로,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한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 구직단념자는 1년 내 구직경험이 있고 취업의사 및 능력도 있으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없다’는 등 노동시장 관련 사유로 4주 이상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다.
장기 실업이 늘어나는 주된 이유는 조선ㆍ자동차 등 제조업 구조조정, 건설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고용한파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월 평균 31만명 수준이던 취업자 증가 숫자(전년 동기 대비)은 올해 2월 10만4,000명을 기록한 후 8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각종 거시지표마저 악화일로다. 올해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6% 늘어났다. 2분기(0.6%ㆍ4~6월)에 이어 0%대 성장에 머무른 셈이다. 특히 3분기 건설투자는 전 분기보다 6.4% 감소하며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4.7% 줄었다. 기업이 미래를 위해 공장을 짓거나 기계ㆍ설비를 사들이는 활동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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