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28일에도 군 수송기 운영”
슈퍼 태풍 ‘위투’의 영향을 받은 사이판에 도착한 한국 공군 수송기가 27일 사이판에 고립된 한국 관광객 161명을 괌으로 긴급 수송했다.
괌 하갓나 한국 영사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사이판에 도착한 C-130 허큘리스 수송기는 미국 자치령 북마리아나제도 사이판섬에 도착해 한국 관광객 총 161명을 태우고 괌으로 이동했다. 수송기를 타고 이동한 일부 관광객은 당일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괌을 떠났고 일부는 28일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향할 예정이다.
허큘리스 수송기는 28일에도 사이판에서 괌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를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략 300명이 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송기는 사이판 내에 남아 있는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생수병과 컵라면 등 즉석식품을 실어 내부로 보냈다.
사이판 항만운영당국은 28일 낮부터 관광객을 싣고 나가는 용도에 한해 민항기의 사이판 국제공항 이용을 허가할 방침이다. 사이판 국제공항은 아직 시설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 주간에만 이용할 수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한국 항공사의 임시편 파견에도 제약이 따른다. 현지 언론 사이판트리뷴에 따르면 북마리아나제도 연방정부는 방문객 총 3,200명의 출국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귀국을 미루게 된 관광객이 늦어도 29일까지는 모두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중대 재난지역 선포
여전히 사이판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마리아나제도 정부의 요청으로 27일 오전 사이판과 티니언 섬에 ‘중대재난지역’ 선포를 승인했다. 북마리아나제도 사이판과 티니언 섬에서는 위투의 여파로 1명이 숨졌고 130여명이 날아온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조이 샌 니콜라스 티리언섬 시장은 구호가 긴급히 필요하다며 태풍이 지나간 후 이틀이 지났는데도 피해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자도 크게 부족한 상태다. 몇몇 상점이 간신히 문을 열었으나 물과 음식이 금방 동이 났고 일부 장소에서는 절도 사건까지 보고됐다. 가스충전소와 물 보급소, 세탁소 앞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전력과 수도 공급을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랠프 토레스 북마리아나제도 총독은 “지역정부와 연방정부가 섬을 평상시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조금 더 인내해 달라”고 밝혔다. 토레스 총독은 주요 상품의 가격을 동결하는 행정 명령도 공고했다.
사이판 주민 조너선 페레즈는 AFP통신에 “물과 옷, 개인 위생용품과 통조림ㆍ컵라면 등 즉석 조리가 가능한 음식이 급히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북마리아나제도 자치령 정부와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미국 적십자는 28일 오전 11시부터 사이판 내 5곳에 구호 물자보급소를 설치해 주민들에게 음식과 물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광객도 고립, 필리핀도 태풍 대비
현재 사이판 섬 내에 고립된 관광객 주류는 한국인과 중국인이다. 중국 매체도 이 때문에 사이판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신화통신은 중국 관광객 약 1,500명이 사이판에 고립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중국 영사관은 24시간 핫라인을 가동해 중국 관광객 80여명의 연락을 받았으며, 이들을 위해 숙박과 식사가 제공되는 숙소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북마리아나제도를 지난 위투는 현재 서쪽 필리핀 방면으로 이동 중이며 루손섬 북부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기상청(PAGASA)은 위투의 세력이 다소 약화되기는 했으나 27일 필리핀 관할 해역에 진입해 이르면 29일부터 루손섬에 큰 비를 뿌리고 30일에서 31일 사이에는 육지로 상륙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필리핀기상청은 해역에 진입하는 태풍에 자국만의 이름을 붙이고 있기 때문에 위투의 이름도 ‘로시타(Rosita)’로 명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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