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12번째 표적은 부커 의원ㆍ클래퍼 전 국장 
 트럼프 “폭탄 탓에 중간선거 탄력 잃어” 불만 
26일 미국 뉴욕 경찰이 맨해튼에서 발견된 폭탄으로 의심되는 소포를 완전봉인차량에 싣고 트럭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진보 정치인ㆍ유명인을 겨냥한 ‘소포 폭탄’이 26일(현지시간)에도 추가로 발견된 가운데 연방 당국이 플로리다주에서 이 소포 발송에 연관된 용의자 1명을 체포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보도가 ‘소포 폭탄’ 발송 사건에 집중되는 상황에 불만을 표시하며 정치적 이익에 골몰하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언론의 빈축을 샀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2일부터 발견된 미국 진보 진영 인사들을 노린 ‘소포 폭탄’ 가운데 다수가 통과한 것으로 확인된 플로리다주 남부에서 수사를 진행해 소포 폭탄 발송에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남성 1명을 체포했다. 범인은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며 범죄 경력이 있고 뉴욕에도 연고가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앞서 FBI는 플로리다주 오파로카 지역에 위치한 문제의 우편시설을 조사해 민주당의 코리 부커 뉴저지주 상원의원을 표적으로 하는 의심스런 소포를 발견했다. 또 뉴욕시 경찰은 맨해튼 우편시설에서 수신 주소지는 CNN방송 뉴욕지국, 수신인은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으로 표기된 유사한 소포를 확인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CNN에 정기적으로 출연한 패널이라 수신지가 CNN으로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부커 의원과 클래퍼 전 국장을 노린 소포는 22일 이래 각각 11번째, 12번째로 발견된 소포다. 앞서 발견된 소포 10개의 표적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포 폭탄'이 추가로 발견된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화당의 중간선거 성적을 우려하는 트윗을 남겼다. 트위터 캡처

추가 소포가 발견되는 가운데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표몰이가 탄력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등 정치적 이익을 노골적으로 앞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공화당이 사전투표와 여론조사에서 선전하는데 이 “폭탄”이라는 것이 일어나 탄력을 잃게 됐다. 언론이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불행한 일이다. 공화당원은 투표를 하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4일 선거 유세 등 공식석상에서는 “정치적 폭력은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말하는 등 ‘대통령다운’ 통합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발언을 문제 삼자 25일부터는 “분노의 책임은 주류언론에게 있다”라는 주장을 펴며 반격하기 시작했다. 발언수위는 점점 더 높아져, 26일 들어서는 소포 폭탄의 표적 중 하나인 CNN방송을 거론하며 “비판자들이 현재 폭탄을 9ㆍ11 테러 등에 빗대는 우스운 짓을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 온라인 매체들은 사건 피해자인 조지 소로스 등 민주당 측이 중앙아메리카에서 올라오는 이민자 행렬(카라반) 논란을 가리기 위해 자작극을 펼친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로스가 반트럼프 운동의 배후라는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도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 논란 때 트위터로 언급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주장이 나온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주류는 이번 사건을 정치 책임 논란으로 몰고 가기보다 양극화된 정치 문화에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6월 반(反) 트럼프 운동가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은 바 있는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정치 폭력의 피해를 경험한 이로서, 언제든지 그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악행의 배후에 있는 자가 붙잡혀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 잔혹한 행위에 책임이 있는 진짜 인물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25일 공개한 폭발물 발송자 추적을 위한 시민의 도움을 요청하는 포스터.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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