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전자바우처 프로그램 접근성 개선해야

“시각장애인에겐 개인정보도 없어요.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도 남에게 가르쳐줘야 해요.”
전국 1만여명에 이르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국민행복카드로 안마료를 결제 받을 때 사용하는 단말기와 대금을 청구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에 음성 보조 기능이 없어 이용 시 매번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호소가 나왔다. 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상 웹사이트나 프로그램에서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공공기관 사이트에는 인증까지 받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미인증 상태로 운영되는 사이트나 프로그램이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복지부 산하기관인 사회보장정보원은 지자체가 배부하는 복지서비스 바우처인 국민행복카드의 운영을 맡고 있다. 카드는 각 지자체가 대상이나 사용처를 다양하게 지정해 배부하는데, 퇴행성관절염 등 근골격계ㆍ신경계ㆍ순환계 질환이 있는 60세 이상의 노인이 시각장애인 안마사에게 마사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각장애인 안마 서비스’ 사업도 그중 하나다. 노인에게는 1회 4만원 상당의 마사지 서비스를 본인부담금 4,000원만 내면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시각장애인 안마사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국민행복카드로 안마사가 결제를 받을 때 사용하는 단말기 중 2015년 이전 구형기종은 음성 읽기 기능이 없어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혼자서 결제를 처리할 수 없고, 이후 결제된 금액을 청구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 역시 접근성 표준에 맞지 않게 만들어져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음성 번역기(스크린 리더기)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시각장애인 남명기씨는 “결제를 받을 때와 대금을 청구할 때 모두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남씨는 29일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맹성규 의원실이 복지부 및 산하기관 57곳의 웹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웹접근성 인증이 유효한 곳은 절반 가량인 31곳에 그쳤고, 15곳은 미인증, 11곳은 인증 만료 상태였다. 역시 사회보장정보원이 운영하는 ‘사회서비스바우처’(www.socialservice.or.kr) 사이트도 장애인 등이 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 바우처를 활용하는 데 필요한 사이트지만 미인증 상태였다.
맹 의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개인·법인·공공기관은 장애인이 전자정보와 비전자정보를 이용하고 그에 접근함에 있어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돼 있다”면서 “장애인 복지 주무부처인 복지부 산하기관의 웹사이트나 프로그램이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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