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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방중 직후 인도ㆍ호주와 ‘중국 견제’ 나선다

입력
2018.10.26 19:00
수정
2018.10.27 00:00
2면
0 0

아베 만난 시진핑 “중일관계 정상궤도 돌아왔다” 경협 확대 논의

귀국 후 印ㆍ호주 정상과 국방협력 논의… 경제-안보 ‘이중 포지션’

아베 신조(왼쪽 두번째) 일본 총리와 시진핑(오른쪽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양측 대표단을 대동한 채 회담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신조(왼쪽 두번째) 일본 총리와 시진핑(오른쪽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양측 대표단을 대동한 채 회담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이 상황에 따라 적성국과 협력국 개념이 변하는 국제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외교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경제협력을 전면에 내세워 대중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중국 방문 이후 인도, 호주 정상들과 잇달아 회담을 갖고 중국 견제에 나선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진행시켜가면서도 준(準)동맹 관계인 인도, 호주와 연대해 중국의 군비확장과 해양진출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에서다.

아베 총리는 28일 일본을 방문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야마나시(山梨)현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 초대해 만찬을 함께 한다. 또 29일에는 도쿄(東京)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일본 총리가 외국 정상을 자신의 별장에 초대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아베 정권에선 처음이다. 이어 아베 총리는 다음달 중순엔 호주를 방문해 스콧 모리슨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연다.

아베 총리는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인도 철도건설 지원을 위해 3,000억엔(약 3조520억원)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는 방침을 전달할 예정이다. 인도양 연안의 인프라 개발 사업에 대한 협력과 양국 외교ㆍ국방 당국 간 고위급 회담 개시,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도 논의한다. 양국은 이달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양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다음달에는 호주 다윈에서 모리슨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두 나라 군대가 상대국에서 훈련을 할 경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방문부대지위협정’(VFA)에 대한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인도ㆍ호주 정상과 잇따라 만나는 건 미일동맹을 바탕으로 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ㆍ태평양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시장경제ㆍ민주주의 등의 공동가치를 가진 인도, 호주와 연계해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상 등 이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추구를 견제하겠다는 목적이다. 아베 총리는 24일 국회 소신표명연설에서도 “인도와 호주를 비롯해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태평양과 인도양에 이르는 지역에서 평화와 번영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분야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중국과 손을 잡았지만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ㆍ태평양 전략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6일 “일본이 혼자 대결하기 어려운 중국에 대해 미국, 호주, 인도와 협력의 틀을 공고히 해 향후 중일 간 대화가 중국의 페이스로 진행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구상”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방중 이틀째인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시 주석이 주최한 부부 동반 만찬에 참석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자 양국의 이익은 고도로 융합돼 있다”면서 “중일관계가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양국 국민의 근본적인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서 “세계 주요 경제주체이자 중요한 영향력이 있는 국가들로서 양국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 발전은 양 국민의 근본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의 공동노력 하에 현재 중일관계는 정상궤도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중일관계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경쟁에서 협조로, 새로운 시대로 끌어올리고 싶다”며 “지역 및 세계의 평화를 힘을 합해 공헌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은 자유무역 수호와 양국 경제협력 확대,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역내 안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중국 관영 CCTV와 일본 NHK가 전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제3국 인프라 개발 협력 △양국 중앙은행 간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 규모 통화스와프 재개 △첨단기술 협력ㆍ지식재산권 보호 협력대화 설치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후 중단된 일본산 식품의 중국 수입 등에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만나 양국 의회 간 협력증진을 논의했다. 중국 권력서열 1~3위가 같은 날에 아베 총리를 만나고, 일본 기업들의 일대일로 참여를 환영하며 180억달러(약 20조5,000억원)대 경협에 합의하는 등 중국으로선 최고 수준의 환대를 한 셈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화당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화당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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