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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생존자도 당당히 웃을 수 있어요” 3년째 전시회 연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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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생존자도 당당히 웃을 수 있어요” 3년째 전시회 연 대학생들

입력
2018.10.27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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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프로젝트팀 공존' 남수빈(왼쪽)씨와 남현욱 부대표가 종로구 혜화아트센터에 전시된 'Frame, Survivor(프레임, 생존자)' 옆에 서있다.
[저작권 한국일보]'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프로젝트팀 공존' 남수빈(왼쪽)씨와 남현욱 부대표가 종로구 혜화아트센터에 전시된 'Frame, Survivor(프레임, 생존자)' 옆에 서있다.

푸른색 직사각형 ‘프레임(틀)’에 갇힌 여성은 축 쳐져 있다. 양팔과 두 다리 모두 힘 없이 늘어졌고,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듯하다. 반면 붉은색 ‘생존자’는 다르다. 프레임을 뚫고 나와 힘있게 곧추 서있다. 붉은 원을 향해 뻗은 두 손은 포개져 날갯짓을 하고 있다.

26일 서울 종로구 혜화아트센터 2관에서 열린 ‘당신에게: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전(展)’에 전시된 작품 ‘Frame, Survivor(프레임, 생존자)’다. 이 전시회를 연 이들은 20대 초반의 대학생들, 연세대와 이화여대 예술대학 학생 17명으로 구성된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프로젝트팀 공존’이다.

공존이 성폭력 생존자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처음 연 건 2016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성폭력 사건을 접하면서다. 1차 전시회 이름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전’. 대학교, 회사 등 사회 곳곳에서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일어나지만, 성폭력을 가한 사람과 당한 사람 모두 성폭력이란 사실 자체를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날 전시관에서 만난 남현욱(22) 공존 부대표는 “당시만 해도 단일 주제로 성폭력 생존자를 다룬 전시회는 한국에 없었다“라며 “성폭력 생존자들이 피해 당시 입고 있던 옷을 전시한 해외 전시회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열린 2차 전시를 끝으로 활동을 접으려 했던 공존이 3차 전시를 열게 된 건 올 초부터 시작된 미투(#Me Too) 폭로 때문이다. “과거보다는 성폭력을 바라보는 사회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미투 폭로를 보면서 아직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다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공존이 성폭력 문제를 작품으로 표현하는데 있어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생존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다. 성폭력을 당한 사람에게 언제나 부정적이고 어두운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것이 오히려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들이 전시회 이름에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성폭력 생존자’라는 보다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한 이유다. “성범죄를 당한 사람이 밝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성폭력의 진위를 의심하는 목소리고 나오곤 합니다. 피해자를 지탄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들도 극복하고 일어날 수 있어요. 항상 울상일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 해외 언론에서도 성범죄를 당한 이를 표현할 때 ‘생존자(Survivor)’란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전시관 대관, 홍보, 굿즈(기념품) 제작에 쓰이는 돈은 모두 온라인모금플랫폼 ‘카카오 같이가치’로 충당했다. 5,500명이 넘는 익명의 사람들이 공존의 프로젝트에 공감해 적게는 몇 백원부터 많게는 몇 십만원까지 후원에 참여했다고 한다. 남은 후원금이나 굿즈 판매 수익금은 한국성폭력상담센터에 전액 기부할 계획이다. 관람은 이달 31일까지.

글ㆍ사진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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