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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연재소설 「생산성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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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연재소설 「생산성박사」

입력
2018.10.2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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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산 성 박 사(2)

길브레스 저

오일로(吳一路) 역

마-휘-(Murphy)부인 방문

당시의 길안내라 하면 충분하지를 못했다. 설사 충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아버지는 그런 것을 신용하지 않았다.

“아마 어떤 막난이(*망나니)가 표식(標識;*표지)을 제멋대로 바꿔논(*바꿔놓은) 거야.”라고 아버지는 자주 말했다. 아마 아버지가 어렸을 때 일만을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 것일 것이다.

“저기 가르쳐주는 방향 표식(*표지)대로 이 길을 돌아가면 이제 온 길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은데?”

자동차가 한참 유행하기 시작할 때 여행자의 보전(寶典)이었던 자동차도로 안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태도였다.

“풍차를 지나 10분지 6마일. 벽돌집 교회에서 왼쪽으로 굽어라, 포장도로와 병행한 곳.”

이렇게 어머니가 읽어주었다.

“그 풍차라는 것이 도대체 신용할 수 없다.”고 아버지는 말한다.

“이것을 쓴 녀석이 언제 여기서 그렇게 자세히 조사했는지 알 수 없단 말이야. 내 육감으로는 바른쪽이라고 하는데. 책에 쓰여 있는 풍차 같은 것은 벌써 낡아 없어졌을 거야.”

이렇게 고집을 부려서 바른쪽으로 가 보는 것인데 결국 길을 잃고 만다. 그렇면(*그러면) 아버지는 틀린 길을 가르쳐준다고 어머니한테 짜증이다. 몇 번이고 안(*Anne)을 운전대로 불러서 안내서를 읽도록 한다.

“너(*네) 어머니는 방향에 대한 감각이 둔하단 말이야.” 하며 아버지는 안경 넘어로(*너머로) 어머니를 슬쩍 보면서 큰소리로 말한다. “어머니는 안내서에 ‘바른쪽으로 굽어라(*꺽어라)’고 써진 것을 ‘왼쪽으로 굽어라’고 했단 말이다. 그래 놓고서두(*놓고서도) 길을 잃으면 나만 책망하거든. 자 너 이번에는 안내서 그대로 읽어보렴. 한마디라도 변경해서 읽으면 안되(*안돼). 알았나? 나를 애를 먹일려고(*먹이려고) 있지도 않은 풍차를 말한다든지 교회를 끄집어내면 못쓸 거야. 안내서에 있는 대로 정확하게 읽어보렴.”

그러나 아버지는 안이 하는 말도 듣지 않고 결국은 또 길을 잃기 시작한다.

이럭저럭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면 상점이나 주유소에서 길을 묻는다. 묻기는 물으나 가리켜준 거와는 반대쪽으로 차를 달린다.

“늙은이 같으니.” 하며 아버지는 툴툴거린다.

“저 늙은 것은 토랜통(*Trenton)에서 5마일 떨어진 곳에 일생을 살아오면서 어떻게 가면 읍내로 나가는 것조차 알지 못한단 말이야. 저 녀석은 뉴-욕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알켜주려(*알려주려) 들거든.”

어머니는 이따위 일에는 무관심이었다. 아무리 해도 길을 모르게 되며는(*되면) 언제든지 발밑에서 휴대용 아이스·밬스를 꺼내서 제-ㄴ(*Jane)한테 먹였다. 이것은 ‘점심시간이예요.’라는 어머니의 신호였다.

“자- 됬다(*됐다). 우리두 차를 세우고 식사를 하자. 그동안에 나두(*나도) 방향을 다시 확인하기로 한다. 여보, 식사할 적당한 장소를 찾아보구려.”

식사중 아버지는 무슨 재미나는 일은 없나 하고 두리번거린다. 아버지는 선천적인 선생이어서 단 일 분이라도 시간을 이용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었다. 식사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지연’―동작연구에서 사용되는 사-부릿크(*Therblig)의 한 가지―이라고 아버지는 주장하였다. 옷을 입거나 낯을 씻거나 또는 머리를 빗는 것도 다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지연’을 낭비해서는 안 되었다.

가령 아버지가 개미집(蟻塚)을 발견했다며는(*발견했다면) 심부름개미와 이를 키우고 있는 개미의 식민지의 이야기를 해주신다. 우리들은 차례로 땅에 업드려(*엎드려) 개미가 빵쪼각(*빵조각)을 주울려고(*주우려고) 우왕좌왕하는 것을 열심히 들여다본다.

“보렴. 개미는 참 일을 열심히 하지! 그뿐 아니다. 조금도 일에 빈틈이 없단 말이야.”

개미는 확실히 아버지가 좋아하는 생물이었다.

“이 팀·워-크(Team-work)를 잘 보아두렴. 네 마리의 개미가 저 고기토막을 움지기려고(*움직이려고) 하구 있지 안니(*않니)? 다들 그 동작을 연구해 봐라.”

또 돌담을 보면 그것을 가르키면서(*가리키면서) 이거야말로 기술의 실례라고 말하였다. 아버지는 또 몇 만 년 전에 빙하가 지구 위를 덮었고 그것이 녹을 때에 돌을 남겨두고 간 모양을 설명했다.

공장이 근처에 있을 때에는 굴뚝을 똑바로 세우기 위해서 돌저울(錘)의 쓰는 법을 말해 주기도 하고, 유리창이 저렇게 붙은 것은 광선이 되도록 많이 드러가도록(*들어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공장의 기적(汽笛)이 울리며는(*울리면) 증기가 보인 순간부터 소리가 들려오는 때까지의 시간을 스톱·웟치로 재어보았다.

“자- 다들 노-트를 내라. 소리의 속도를 계산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마.”

아버지는 자나개나(*자나깨나) 눈과 귀를 쓰는 훈련을 항상 해두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저걸 보렴.” 하고 아버지는 말한다.

“무엇이 보여? 그렇지, 나무가 보이지. 좀 더 주의해서 자세히 봐보렴. 연구해 보는 것이다. 이번에도 또 뭣이 보이지?”

그러나 이렇게 하여 배운 것을 좀 더 깊이 머릿속에 넣어주는 것은 어머니의 이야기었다. 개미집에서 동작연구나 팀·워-크를 발견해내는 것이 아버지라고 한다면, 매일 아침 천여 마리의 새까만 노예가 아침밥을 여왕개미의 침실에 운반하여주는 이야기를 하고 살찐 노여왕(老女王)에게 지배되고 있는 퍽이나 복잡한 문명을 발견해내는 것이 어머니이다. 길을 가다가 멈추고 서서 다리(橋)의 구조를 설명하는 것은 아버지었으나, 발판[고층건물을 건축할 때 높이 다라맨(*달아맨) 발판]의 꼭대기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파란 작업복의 노동자를 발견하는 것은 역시 어머니이다. 눈이 빙빙 돌 정도로 높은 고층건물의 높이와 그 건물을 세워낸 인간의 비교할 수 없는 적음(*작음)을 우리에게 알도록 해주는 것도 어머니었다. 마디가 많고 꼬불꼬불한 나무를 가르켜(*가리켜) 보여주는 것은 아버지었지만, 이렇게 꼬불꼬불한 형태로 되어버린 것은 오랜 세월 끊임없이 이 나무에 부러(*불어) 때린 모진 바람 때문이라고 가르켜(*가르쳐) 주는 것은 어머니이다.

우리들은 한 마디도 빼놓지 않으려고 귀를 기우렸다(*기울였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유심히 보고 있다. 확실히 세계 제일 가는 똑똑한 여자하고 결혼하였다고 생각하는 품이다.

식사를 하고 난 장소를 떠나기 전에 아버지는 언제든지 센드윗치(*sandwich) 포장지나 쓰레기를 모조리 모아서 도시락 상자에 넣어 집에 가지고 가서 버리라고 일렀다.

“내가 뭣보다도 참을 수 없는 것은 겜프(*camp)에 뫃여드는(*모여드는) 주책없는 인간들이다. 우리는 이 사람의 소유지에 종이 한 조각이라도 남겨두고 가기 싫다. 올 때와 그대로, 아니 갈 때에는 그보다 더 깨끗이 해두지 않으면 안되.”

사과껍질은 유독 심히 말했다. 우리는 대개 사과껍질을 베끼고(*벗기고) 먹는 것을 좋아하였으나 아버지는 그것은 낭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사과를 먹을 때는 껍질은 물론 깡치(*고갱이의 사투리)·씨까지 다 먹어버렸다. 아버지의 주장에 의하면 그것이 몸에 제일 좋고 또 제일 맛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옆에서부터 먹기 시작하여 적도(赤道)에 해당하는 곳을 먹는 것이 보통인데, 아버지의 먹는 방식은 북극에 해당되는 데서부터 시작하여 중심을 통과하고 남극을 향하여 먹어간다.

아버지는 식사를 마치고 군대식으로 우리들을 한 줄로 세운 다음 행진을 시킬 때가 있다. 이것은 뒷처리를 시키기 위한 것으로, 우리는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자기가 걸어간 곳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줍게 되었다.

때문에 남들이 어지러놓고(*어질러놓고) 간 쓰레기까지 주워 모아서 집에 가지고가지 않으면 안될 때가 자주 있었다.

“너희들은 잘두(*잘도) 어질구(*어지르고) 다니는구나.” 하며 아버지는 휴지, 빈병, 녹쓰른(*녹슨) 통조림 등을 피크닠·박스에 집어넣으면서 빈그레(*빙그레) 웃는다.

“이건 우리가 어질어놓은 것이 아니예요. 아버지도 아시면서 괸히(*괜히). 우리가 빈 위스키병이나 작년의 하-트포-드(*Hartford)신문 같은 것을 내버릴 이치가 있어요.”

“음, 그래서 안심했다.”고 하며 아버지는 빈 병의 냄새를 맡으면서 말한다.

아버지나 어머니 모두 개소린(*gasoline)*·스텐드(*stand)(주유소)의 변소는 모두 더럽다고 생각했다. 변소 속에 어떤 병(*病)이 있는지 자세히는 말하지 않았으나 아무튼 무서운 전염성 병균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문둥병도 감기도 한 가지로 몰아치는 형편이다. 아버지는 언제든지 공중변소의 문을 웃옷소매로 열었다. 그리고 그 뒤의 준비나 예방책이란 ‘피할 수 없는 지연’의 최악의 것이었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개소린·스텐드의 변소사용을 포기한 이상 단 하나의 대용 변소는 나무그늘이었다. 아버지의 운전에 모두들 가슴을 조리는(*졸이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사람 열네 명이 있으면 제각기 다른 요구가 나온다. 아무튼 쓸 만한(?) 나무그늘이 있을 때마다 차를 세우게 된다.

“개도 그렇게 ‘나무가 있다’, ‘나무다’ 하고 대들진 않는다.”고 항용(恒用) 아버지는 중얼거렸다.

아버지는 점잔하게 말하기 위하여 나무그늘에서 용무를 마친다는 뜻의 말로서 두 가지 음어(陰語)를 만들었다. 하나는 ‘마-휘-부인을 방문한다’이고 또 하나는 ‘뒷바퀴를 조사한다’. 이 모두 같은 뜻이었다.

식사가 끝나면 아버지는 언제나 “마-휘-부인 방문의 희망자는 없느냐?”고 묻는다.

대개 아무도 신청하지 않으나 십 분이나 십오 분쯤 더 가면 누구 하나가 맡아놓고 마-휘-부인을 방문하고 싶다고 나선다.

그러면 아버지는 차를 멈추고 어머니는 계집애들을 행길(*한길의 사투리) 한 측면 그늘로, 아버지는 사내애들을 반대편 그늘로 다리고(*데리고) 간다.

“덕택에 메인(*Maine)주의 방고(*Bangor)부터 워싱통(*Washington)까지의 형형색색 모든 동식물을 모조리 외웠어.” 하며 아버지는 뱉듯이 말한다.

돌아오는 길에 캄캄해지면 비루(*Bill)는 아버지 바로 뒤의 보조의자에 기어올랐다. 아버지가 카-브(*curve)를 돌려고 운전에 열중하고 있으면 비루는 언제든지 앞으로 손을 내밀어 아버지 팔목을 잡았다. 비루는 남의 흉내를 썩 잘 냈기 때문에 어머니 목소리로 “그렇게 급히 서둘지 말아요. 당신 제발 부탁이예요.” 하군(*하곤) 속삭였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팔목을 잡고 속삭이는 것으로 생각하고 못 들은 체 하구 있었다,

때때로 차가 30마일 속도로 천천히 가고 있을 때 비루는 곧잘 어머니 목소리를 쓴다. 그러면 아버지는 마침내 성낸 것처럼 어머니 쪽을 본다.

“농담 말아요. 지금 겨우 20마일밖에 안 내고 있는 거야.”

아버지는 스피-드에 대해서 어머니하고 주고받고 할 때에는 으레 한 시간 10마일의 율(率)로 외누리(*에누리)를 하여 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어요.” 어머니가 말한다.

아버지가 뒤돌아보면 아이들이 모두 손수건을 입에 대고 웃음을 참고 있다. 아버지는 비루를 갈기는 척하고 비루의 머리털을 잡아 흥클었다(*헝클었다). 뱃속으로는 비루의 흉내 잘 내는 데 감탄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를 달리고 있을 때 아버지가 베-스(*bass) 어머니가 소푸레노(*soprano)를 담당하여 곧잘 3, 4부 합창을 했다.

‘무지개 위에서 춤추는 쌀새’ ‘그리운 사랑의 노래’ ‘언덕 위 우리의 산양’ ‘나는 철도에서 일하고 있다’ 등등.

“만약 어린애들뿐이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하고 우리는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는 좌석에 기대고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있었다. 어머니는 추운 듯이 아버지한테 기대고 있었다. 어머니는 노래를 한참 부르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때구려.”

그랬을런지도 모르겠다.

의 장

아버지는 메인주 회아필드(*Fairfield)에서 출생하였다. 할아버지는 거기서 잡화상을 운영하는 한편 농사를 짓고 경마용 말을 키우기도 하였다. 할아버지인 존·히-람·길브레스(*John Hiram Gilbreth)는 1871년에 세 살 난 사내아이와 딸 두 형제, 엄격하고 야무진 미망인을 남기고 돌아가버렸다.

아버지의 어머니, 즉 우리의 할머니는 자기 아들은 세계에서 중요한 발자취를 남길 운명을 지니고 있다고 단단히 믿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할머니의 가장 큰 임무는 그러한 운명에 봉착(逢着)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라 믿었다.

아버지는 건축기사가 되려고 단단히 결심하고 있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마사츄셋쓰(*Massachusetts)공업대학에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든 것이 고등학교를 나올 무렵이 되어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은 집안형편으로 보아 힘드는(*힘든) 일이고 누이들의 공부에도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게 되자, 아버지는 할머니하고 상의도 하지 않고 벽돌 쌓는 직공견습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렇게 된 바에는 그 길로 성공시키겠다―린컨(*Lincoln)두 나무패기부터 그렇게 출세하지 않았는가―하고 할머니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왕 벽돌직공이 되려면 그래도 좋으니, 아무튼 훌륭한 직공이 되어주려무나.”

할머니는 말하였다.

“어떻게 해서든지 훌륭한 벽돌숙련공을 찾아보겠습니다.” 하며 아버지는 쓴웃음을 지었다.

할머니로서는 아들이 훌륭한 벽돌직공이 되려는 결심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아버지를 채용해준 주인측에서는 이렇게 말썽만 부리는 녀석은 사십 년 동안에 처음 보는 일이라고 골치를 흔드는 형편이었다.

처음 일주일 동안 아버지는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벽돌을 좀 더 빨리 그리고 손쉽게 쌓아올릴 수 있는가 하는 방법을 이렇궁저렇궁(*이러쿵저러쿵) 여러 가지로 제안했기 때문에, 주인이 성이 가셔서(*성가셔서) “이 녀석 그렇게 잔소리만 느러놓면(*늘어놓으면) 목을 벨 테다.” 하며 위협하였다. “이 녀석아 넌 여기 배우러 온 견습이야.” 주인은 야단을 쳤다.

“이 녀석아, 우리를 가르킬랴구(*가르치려고) 드는 거야? 어림도 없다, 없어.”

이따위 꾸지람을 들은 정도로 놀랠 아버지는 아니었다. 그때 벌써 동작연구야말로 자기 본래의 소신이며 산업상 전대미문의 발전이라는 자신을 가졌었다. 그래서 그것을 주인한테 말해주려 했던 것이다.

“벽돌을 쌓는 방법은 제각기 다르지 않습니까? 그 점이 중요한 거예요. 왜 그런지 아시겠어요?”

“이 조동아리야. 다음부터 이런 일로 건방진 말을 하면 너(*네) 아가리에 벽돌을 처넣을 테니 잠자코 있어.”

“그래도 주인! 이건 중요한 일이예요. 왜 그러냐 하면, 가령 어느 한 직공의 일하는 방식이 정당하다고 하면 다른 직공들이 하고 있는 방식은 모조리 옳지 않은 방법으로 하고 있는 셈이 되니까요. 제가 만약 주인입장이라면 옳은 방법으로 일하고 있는 직공을 발견해 가지고 다른 직공들한테 전부 그 모범직공을 따르라고 명령하겠는데요.”

“해가 서쪽에서 떠서 네가 주인이 된다면 말이지?” 새파랗게 질린 주인이 부들부들 떤다.

“맨 먼점(*먼저) 할 일은 주인자리를 노리는 오입쟁이 병아리 저 녀석을 내쪼치는(*내쫓는) 일이다. 이 녀석 내 자리를 노리는 거지?” 하며 벽돌을 집어들고 위협하듯이 휘둘렀다.

“난 영리하지 못해서 누가 제일 잘 하는 직공인지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제일 일 못하는 직공만은 다 알고 있어. 아무튼 중얼중얼 잔소리하지 말아. 이래도 안 들으면 이 벽돌을 너 아가리에 쑤셔넣는다. 옆으로 눕혀놓구 말이야.”

1년도 되지 않아서 아버지는 하나의 발판을 설계했다. 이 발판의 덕분으로 제일 속도가 빠른 직공이 되었다. 이 발판의 원리라는 것은 낱개의 벽돌과 모루탈(*mortar)을 언제든지 작업하고 있는 벽의 높이와 똑같이 해놓는 것이다. 이 발판이 없는 직공들은 재료를 집을 때 매양 허리를 굽이지(*굽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너는 조곰도(*조금도) 잘난 것이 없어.”

주인은 조롱했다. “너는 세상에도 계으른뱅이(*게으름뱅이)여서 허리를 굽이는 것이 싫다는 것뿐이야.”

그러나 주인은 다른 직공들에게도 그와 똑같은 발판을 만들어주고 아버지한테는 그 원형(原型)을 역학연구소(力學硏究所)에 보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하기까지 했다. 과연 그 연구소에서는 상금을 보내왔다. 그 뒤에 그 주인의 추천으로 아버지는 수 명의 부하까지 거느리는 직장(*職長)이 되었다. 아버지는 놀라운 속도로 일을 잘 했기 때문에 얼마 되지 않아서 총감독이 되었다. 그로부터서(*그로부터) 독립하여 토목사업을 시작하여 다리를 만들거나 운하를 파고 공업지대나 공장을 세우게 되었다. 때로는 공장과의 계약이 만료되어도 계속하여 그 공장에 동작연구 방법을 가르켜달라고 부탁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27세 되던 무렵에는 뉴-욕과 보스톤, 런던에 사무실을 갖고 있었다. 욧트도 가지고 있었고 시가-(卷煙)를 피우고 양복을 멋지게 입는다는 평판까지도 받았다.

어머니는 켈포르니아(*California)주 오-크랜드의 부자집에서 태여났다(*태어났다). 1890년대의 젊은 사교계의 아가씨들을 위하여 감독이 붙은 단체여행의 행사가 있었다. 어머니는 그 한 단체에 끼여 구라파로 가는 도중 포스톤(*보스턴)에서 아버지와 사귀게 되었다.

어머니는 대학 우등생 구라브(*club)의 회원으로서 켈포르니아대학 심리학과 출신이다. 당시 여자대학생이라고 하면 ‘어떻게 생긴 사람들일까’ 하고 호기심을 자아낼 정도로 귀한 존재였다.

이렇게 심리학자인 어머니와 동작연구가 겸 토목건축가인 아버지는 관리심리학(管理心理學)이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갔다, 부모는 가정에서 잘 되는 일은 공장에서도 잘 되고, 공장에서 될 수 있는 일은 가정에서도 된다고 믿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 이론을 몽크래아로 이사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실행에 옮겼다. 손재주가 좋은 아주머니와 요리인(*料理人) 아주머니의 두 분 가지고는 넓은 집을 처리하기란 힘들었다. 아버지는 아이들로 하여금 집안일을 거들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들이 자발적으로 거들겠다고 신청해주기를 기다렸다. 아버지는 공장에서 종업원의 협력을 얻으려면 고용주-피고용인의 협의회를 만들어 일 분담을 각자가 선택하도록 일임하고 그 소질에 따라서 결정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양친은 이것을 본딸아(*본 따) 가족회의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 회의는 일요일 오후마다 식사가 끝나면 곧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맨 첫 번째 회의 때 아버지는 아주 딴판으로 엄숙히 일어서서 컾(*컵)에 물을 따르고 연설을 시작하였다.

“모두 보다싶이(*보다시피) 나는 이 회의의 의장으로 임명되었다. 이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별 이의가 없는 것 같으니 의장은…”

“의장!” 하며 안이 가로막았다. 안은 당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어렴푸시나마(*어렴풋이나마) 의회 진행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의장 자리에는 민의를 대표하는 사람이 앉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너는 규칙위반이다.” 하며 아버지는 말하였다. “의장의 발언중에 멋대로 발언한다는 것은 단연 규칙위반이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이의가 없다고 인정한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래두(*그래도) 난 이의가 있는 걸요.”

“규칙위반이라 하면 그만 앉는 거야. 너는 규칙위반이다.” 아버지는 소리를 높였다. 아버지는 물 한 목음(*모금) 쭈윽(쭉) 마시고 나서 연설을 계속하였다. “본 회의의 첫째 의제는 집안일과 마당일을 각자에게 분담하는 것이다. 무슨 의견은 없는가?”

별로 의견을 내는 사람이 없었다. 아버지는 억지로 웃음을 지우고(*짓고) 유쾌한 듯이 꾸몄다.

“자아 의원 제군(*諸君), 이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라도 평등하게 발언권을 갖는다. 어떻게 일을 맡고 싶느냐(*싶으냐)?”

분담은커녕 무슨 일이 되었건 도대체 일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누구든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 하나 신청(*申請) 대구(*대꾸)도 하지 않았다.

“민주주의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발언하는 법이야. 어서 무슨 말을 해보렴, 어서.” 하며 재촉이다. 아버지 안색이 점점 좋지 못해 간다.

“작크(*Jack), 의장은 너에게 발언을 허가한다. 좀 생각했나?”

“나는 식모들이 일은 전부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아요? 그 두 사람들은 그 일 하기로 해서 월급을 받고 있는 게 아니에요?” 작크는 천천히 말했다.

“앉아라.” 하며 아버지는 고함쳤다.

“너한테는 이제부터 발언을 허가 않해(*안해).”

작크는 아버지 어머니를 빼놓은 전 식구의 갈채를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싯(*쉿), 작키(*Jacky).”

어머니는 속삭였다.

“그렇게 큰소리를 내면 안 들리지 안니(*않니). 다들 않하문(*안하면) 어떻게 되니. 애들이 많은 집에는 식모가 잘 안 온단다.”

“그 자식들 없어지는 게 더 좋아. 그것들은 너무 왈패들이야.”

다음에 의장으로부터 발언이 허가된 것은 단(*Dan)이었다.

“나는 식모들은 그 일만으로도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이 말에 금방 웃음을 띠우고(*띠고) 그렇구말구(*그렇고말고) 하는 양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일을 돌보기 위해서 하인들을 더 늘려야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규칙위반이다.” 하며 아버지가 또 고함이다.

“조용히 앉아 있어!”

아버지는 일이 잘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머니는 심리학자다. 그렇다. 어머니한테 마끼는(*맡기는) 것이 좋다.

“의장은 부의장에게 발언을 허가한다.”

아버지는 어머니한테 방금 부의장으로 임명했다고 눈짓으로 알린다.

“하인들의 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 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어머니의 말을 듣자 킷킷거리며(*킥킥거리며) 좋아서 서로 집적그렸다(*집적거렸다).

“그러나” 하며 어머니는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도(*위해서도) 무였으로든지(*무엇으로든지) 예산을 주리지(*줄이지) 않으면 안됩니다. 식후의 과자나 과실, 그리고 여러분들의 용돈을 전부 없에버리면(*없애버리면) 식모 하나는 더 놔둘(*들일) 수 있습니다. 또 영화구경이나 아이스크림·소-다를 사지 않고 일 년 열두 달 옷을 안 만들기로 하면 머슴도 들일 수 있읍니다.”

“누가 여기에 대해서 동의하는 사람 없나?” 하며 아버지는 빙글빙글 웃는다.

“용돈 타기 싫은 사람은 없나?”

누구든지 용돈은 타고 싶었다. 이리하여 아이들한테 일을 분담시킨다는 동의는 성립 통과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월간 《기업경영》 1958년 2월호에 게재되었던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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