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하점연 할머니가 별세했다.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은 26일 오전 6시 8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하점연 할머니가 건강 상태가 악화돼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향년 97세.
1922년 5월 5일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15살 되던 1936년 봄, 언니네 아이들을 돌봐주러 일본 오사카에 갔다. 할머니는 당시 엄마가 보고 싶어 한없이 울고 있던 중에 이웃 한국인 아줌마가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해 따라 간 곳이 한 공장이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그 공장을 거쳐 대만 팽호도 조선관으로 옮겨져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당했다. 이어 홍콩을 거쳐 대만, 하이난섬, 홍콩, 중국 광둥,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등의 위안소에 강제 동원돼 고초를 겪었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25살) 4월 부산으로 귀국해 서울에서 살다가 1993년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했다. 2016년 5월부터는 나눔의 집에서 생활을 해왔다. 슬하에 2남 2녀를 두었다. 빈소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중앙장례식장에 마련된다.
하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27명으로 줄었다.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7명만 남게 됐다.
안신건 나눔의 집 소장은 “하 할머니는 평소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했다”며 “위안부 피해자 중 이제 생존자는 단 27명에 불과하다. 하루빨리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공식 사과와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올 들어 벌써 여섯 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을 떠나 보내게 되어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라며 “고(故) 하점연 할머니를 포함한 모든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정책 추진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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