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블로거 '쭌스'가 캐딜락의 프리미엄 컴팩트 세단, ATS를 시승했다.
캐딜락 ATS는 캐딜락이 미국에 한정된 브랜드가 아닌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첫 번째 모델로서 시장에서 이미 많은 인기를 끌고 있던 BMW 3 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C 클래스를 겨냥해 개발된 모델이다. 브랜드의 감성을 강조하듯 '역동성'에 초점을 맞추며 뛰어난 주행 성능을 앞세웠다.
데뷔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판매량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ATS는 과연 쭌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아래는 녹취를 기반으로 각색되었습니다.
프리미엄의 가치를 더하라
국내 시장에서는 링컨과 비교를 당하는 처지에 놓여 있지만 엄연히 미국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그러나 최근의 캐딜락을 보고 있자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조금 더 과감하고 당당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상위 모델인 CT6나 에스컬레이드 등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캐딜락 고유의 전면 디자인을 갖고는 있지만 상위 모델들에 비해 강렬한 매력이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 이에 캐딜락과 ATS에 부여되어 있는 존재감을 더 앞세울 수 있는 변화, 혹은 새로운 도약이 필요할 것 같다. 언제 출시될지 모르겠지만 CT4에서는 그런 존재감이 명확히 느껴지면 좋겠다.
물론 지금도 중요하다. 사실 캐딜락 ATS는 데뷔 이후 몇 번의 디자인 수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개선되었다거나 '변화된 존재감' 자체가 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CT6 이후의 디자인이 워낙 이목을 끌고 있지만 '기존의 존재들'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챙기는 캐딜락의 의지가 요구된다.
분명한 프리미엄의 존재감
캐딜락 ATS의 실내 공간은 경쟁 모델들과의 방향성은 사뭇 다르지만 분명한 '프리미엄'의 의지다 담겨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혹자는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과 듀얼콕핏을 기반으로 하는 구성을 격하하는 편이지만 ATS의 실내 공간에는 정말 고급스러운 소재들이 대거 적용되어 만족감을 높인다.
특히 마그네슘을 크롬 코팅처리한 패기로운 패들시프트의 적요은 물론이고 블랙 크롬으로 처리한 가니시, 그리고 동급 최고 수준은 뛰어넘어 '세그먼트'를 아우르는 고급스러운 시트는 정말 이상적인 착좌감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보다 안정적인 공간 확보를 위해 바닥 부분을 완만히 깎아낸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만족감이 높다. 직관적인 CU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안드로이드 오토까지 새롭게 지원되니 사용성에 있어 아쉬울 것이 없다. 특히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나 반응속도 부분에서는 최고 수준인 블루투스 모듈도 탑재하고 있어 듣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다만 화려함을 드러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
아쉬운 점은 공간에 있다. 1열 공간의 경우 여느 스포츠카보다도 높은 드라이빙 집중력과 만족감을 자아내는 편이지만 2열 공간은 헤드룸과 레그룸이 모두 아쉬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트렁크 공간도 300L가 채 안되기 때문에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족스러운 엔진과 의도된 성향
한 가지 확실한 건 캐딜락 ATS의 운동 성능은 정말 발군이라는 것이다. 270마력을 상회하는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은 출력의 전개는 물론이고 엔진의 반응 부분에서도 뛰어난 매력을 과시한다. 실내 공간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운드를 들려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겠지만 이정도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부 사람들이 가속 상황에서 다소 둔하다는 지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ATS를 다루는 방법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짧고 깊게 밟아 차량에게 '달릴 준비하라'고 알리면 ATS는 언제든지 100%의 주행을 할 수 있도록 엔진을 대기 시키는 독특함이 있다.
8단 변속기 역시 만족스럽다. 저속에서 조금 튕기는 현상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변속기의 몫을 제대로 해낸다. 빠르고 부드러운 업시프트로 가속 상황에서의 매끄럽고 꾸준한 주행을 유지한다. 다운시프트에서는 엔진 보호로 조금 소극적인 모습이지만 명확하고 리드미컬한 변속으로 주행의 재미를 살린다.
이와 함께 스티어링 휠 뒤쪽의 패들시프트는 다루는 맛으로는 정말 최고 수준의 매력을 어필한다. 차갑고 독특한 느낌을 주는 마그네슘 재질이 엔진으로 인해 감성적으로 된 운전자의 머리를 식혀주는 것 같다. 그리고 출력 이상으로 강력한 제동 성능도 ATS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기본적으로 견고한 차체를 갖고 있기에 차량의 일체성이나 움직임에 있어서 그 완성도가 상당한 편이이지만 주행 모드를 통해 차량의 상이한 성격을 하나의 차량에 공존시키는 독특한 매력도 보유하고 있다.
시승 차량이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적용된 ATS 프리미엄이라 그런지 투어 모드와 스포츠 모드가 명확히 차이를 드러낸다. 실제 투어 모드에서는 출력만 조금 높은 컴포트 세단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유롭고 아늑하다. 우수한 시트와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셋업이 곧바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도 잠시,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ATS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아까의 부드러움이 어디있냐는 듯 드라이빙 모드의 변경과 함께 스포티한 주행을 펼친다. 견고하게 다듬어진 서스펜션은 차량의 일체감을 선사하고 약간의 무게감이 더해지지만 그보다 더 기민해진 조향 반응으로 코너를 완벽히 정복한다.
그러면서도 마무리 상황에서는 약간의 부드러움을 더해 주행의 피로를 줄이는 MRC의 매력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즐거움 드라이빙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계기판이 다시 한 번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체 화면이 디스플레이 패널로 채워지지 않았더라도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주행 상황에서 주행 정보다 더 적극적으로 느껴졌을텐데 ATS의 계기판은 어딘가 불편하고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시승을 하면서 초기 ATS와 상당히 달라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의 ATS의 경우에는 스포츠 모드에서 역동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컴포트한 감성을 공존시키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의 ATS는 스포츠 모드에서는 '역동성'에 100% 집중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럴까? ATS를 타고 도로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BMW M을 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견고하고 스포티한 하체의 반응과 주행 질감에 만족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는데 좀처럼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조금 더 ATS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숨겨진 보석, 그리고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연결자
캐딜락 ATS는 사실 시장에서 실패한 모델이다. 하지만 차량은 매력적이다.뛰어난 엔진과 매력적인 차체 그리고 MRC의 조합을 통해 이상적인 드라이빙을 연출한다. 시장에서의 성과를 떠나 캐딜락이 선보인 스포츠 세단으로서는 정말 호평 받고, 나아가 BMW 3 시리즈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가치 또한 갖고 있다.
이런 매력적인 존재지만 아쉽게도 캐딜락 ATS에게 있어 주어질 다음 기회는 이제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ATS의 가치를 알고 있기에 ATS의 리뉴얼 모델인 CT4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ATS는 CT4에게 어떤 유산을 물려주게 될지 기대해본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취재협조: 자동차 블로거 쭌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