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2013년 고발 받고 조용히 사임 요구“
구글 “지난 2년간 성폭력 연루 48명 해고”
미국 정보기술기업 구글이 지난 2013년 안드로이드 개발자인 프로그래머 앤디 루빈의 성추문 고발을 받고도 이를 덮은 채 퇴직금 지불까지 약속하며 그의 조용한 사임을 요구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구글은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성폭력에 연루된 48명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구글 임원 2명을 인용한 뉴욕타임스의 2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앤디 루빈 당시 부사장은 여성 부하 직원에게 구강 성행위를 강요했다. 이 직원이 사내에 항의하자 래리 페이지 당시 최고경영자(CEO)는 처벌 대신 루빈에게 조용히 사임을 요구하고 4년에 걸쳐 총액 9,000만달러에 이르는 ‘퇴직 패키지’ 지불까지 약속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구글이 자체 조사 결과 여성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지만 구글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루빈 측 샘 싱어 대변인은 성폭력 행위는 없었으며 모든 관계는 상호 동의 하에 이뤄졌고 루빈은 스스로 회사를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현 CEO는 이날 에일린 노튼 인사담당 부사장과 공동 명의로 직원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구글에서 지난 2년간 총 48명이 성폭력 관련 사건으로 해임됐으며 이 가운데 13명은 고위직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 가운데 ‘퇴직 패키지’를 받은 직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피차이 CEO는 “기사를 읽는 것이 힘겨웠다”라며 “구글은 안전하고 포용적인 직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매우 진지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성적 괴롭힘과 부적절 행위에 대한 모든 고발을 면밀히 검토하고 조사하고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서신은 루빈 관련 보도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나, 보도 내용 자체를 부정하는 언급은 없었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보도는 구글 내에 고위직의 행동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구글 직원인 개발자 리즈 퐁-존스는 트위터에 “낙인 찍기와 침묵의 문화는 학대를 용인한다. 항의하기 어렵게 하고, 신뢰받기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동의가 없거나 동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발생한 관계는 권력의 남용이다”라고 적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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