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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빠르고 깊이 읽은 현장비평가 김윤식 서울대 교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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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빠르고 깊이 읽은 현장비평가 김윤식 서울대 교수 별세

입력
2018.10.25 23:05
수정
2018.10.26 00:3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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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현대 문학사 연구 초석 마련 

 여든 넘어서도 문예지 읽고 월평 써 

 비평ㆍ학술ㆍ번역서 등 200여권 남겨 

25일 별세한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0년 12월 평론집 ‘다국적시대의 소설읽기’ 출간 당시 본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고인은 생전 방대한 연구활동으로 200여권이 넘는 저서를 펴내며 한국 현대 문학 연구의 초석을 닦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5일 별세한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0년 12월 평론집 ‘다국적시대의 소설읽기’ 출간 당시 본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고인은 생전 방대한 연구활동으로 200여권이 넘는 저서를 펴내며 한국 현대 문학 연구의 초석을 닦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 문학 연구의 거목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25일 저녁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은 1936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8년 서울대 교양과정부 전임강사로 임용돼 교편을 잡은 뒤 1975년 국문학과로 옮겨 2001년 정년 퇴직할 때까지 한국 문학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썼다.

‘한국 문학의 산증인’이라 불렸던 고인은 국문학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1973년 학위논문을 정리해 낸 첫 책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를 시작으로 비평서, 학술서, 산문집 등 200권이 넘는 저서를 펴냈다. 학계에서는 어느 주제로 논문을 쓰더라도 ‘김윤식 교수의 그늘을 벗어난다는 것은 총체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인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고인은 한국 근ㆍ현대 작가를 심층적으로 연구해 한국 현대 문학사 연구의 초석을 마련한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좌익 문인 단체였던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시작으로 고인의 한국 문학 연구는 임화, 이광수, 염상섭, 김동인, 박영희, 이상 등을 거쳐 신진작가에 이르기까지 다루지 않은 작가가 없을 정도로 넓고 깊다. 특히 ‘이광수와 그의 시대’(1986년), ‘염상섭 연구’(1987년), ‘임화 연구’(1989년) 등은 작가 연구의 폭과 깊이뿐 아니라 작가 한 사람을 중심으로 한 시대의 정신사를 통합적으로 해석해낸 연구로 주목 받았다.

25일 별세한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25일 별세한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인은 생전 한국 문학 현장을 떠나지 않고 누구보다 발 빠르고 폭넓고 깊이 있게 읽어내고 비평했다. 수십년간 쉬지 않고 문예지에 발표된 거의 모든 소설 작품을 읽고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월평(月評ㆍ매달 하는 비평)을 썼다. 문학계 원로이면서 신인 작가들에게까지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기울였다.

시인을 꿈꿨던 고인은 대학에서 창작이 아닌 연구와 비평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소설을 다뤘다. 그는 시와 달리 소설은 당대 사회를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매력적이며, 소설 중에서도 장편이 아닌 단편과 중편이 문학의 핵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편은 아무래도 상업성에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고인의 숨결과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예술 기행집도 냈다. ‘환각을 찾아서’, ‘설렘과 황홀의 순간’, ‘낯선 신을 찾아서’ 등에서는 작가로서의 그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남긴 저서는 단독 저서 159종(개정증보 9종 포함), 역서 7종(개정판 1권 포함), 편저 28종, 공저 15종(개정 2종 포함) 등이다. 개정판까지 합하면 총 209종, 초판만으로는 197종이다.

2001년 대학민국예술원 회원이 됐으며, 예술원 문학분과 학장을 지내기도 했다. 대한민국황조근정훈장(2001년)과 은관문화훈장(2016년)을 받았고, 현대문학신인상, 한국문학 작가상, 대한민국문화상, 김환태평론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편운문학상, 요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대상(학술 부문), 청마문학상도 수상했다.

고인의 제자인 정홍수 문학평론가는 “평생을 읽고 쓰고 가르치면서 현장 비평을 끝까지 놓친 않은 시대의 지성인”이라며 “고인의 문학 연구와 비평이 후학들과 작가들에게 미친 영향은 대단히 크고 깊다”고 추모했다. 유족은 부인 가정혜씨.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8일이다. 조화와 조의금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27일 오후 5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행사장에서 추모식이 열린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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