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시찰 일정 보이콧… “대통령 독단 결정은 위헌 행위” 전선 확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외통위-국토위원 국정감사 합동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원내대표, 강석호 외통위원장, 김무성 의원. 오대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ㆍ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 문제를 놓고 정부ㆍ여당과 자유한국당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비준을 ‘위헌’이라고 규정짓고 남북관계 주무부처 수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카드를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냉전수구 세력으로 몰아세우며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 처리를 재차 촉구했다.

한국당은 25일 남북관계 관련 소관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일위와 국토교통위 합동대책 회의를 열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헌법정신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고, 국민의 동의는 곧 국회 비준을 의미한다”며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면서 위헌적 행위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소속 국토위원들은 비준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이날 예정된 경기 파주 도라산역 일대 경의선 현장 시찰 국정감사 일정을 보이콧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ㆍ무소속 의원들이 25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 경의선 남북철도ㆍ도로 연결 구간을 현장시찰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부의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안 의결ㆍ재가에 반발하며 이날 국정감사 일정에 동참하지 않았다. 파주=국회사진기자단

한국당은 이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 들며 전선을 확대했다. 당 소속 강석호 외통위원장은 통화에서 “통일부가 탈북민 출신 기자를 남북회담 취재에서 배제한 것은 물론이고 그간 북한과의 관계에서 저자세ㆍ굴욕적 행보를 보인 조 장관에 대한 해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와의 말싸움에 그치지 않고 통일부 장관에게 총체적 책임을 물어 실질적인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자서전 내용과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엇박자도 거론됐다.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본인의 자서전 ‘운명’에서 ‘남북 정상 간 합의는 법적으로 따지면 국가 간 조약의 성격이라며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두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면서 “대통령 말이 맞는 것인지 대변인 말이 맞는 것인지, 도대체 북한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우선 청와대부터 입장을 분명히 해주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공세에 청와대도 즉각 대응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라고 하는 법적인 측면은 단순하지 않고 다양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2005년에 남북관계발전법을 만들어서 특수관계로 규정하지 않았나”라며 
“(전날 발언은) 헌법적 측면에서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중요한 것은 그런 법리논쟁으로 지난 70여년의 뒤틀리고 생채기 난 남북관계 역사가 재단될 수 없다”면서 “화해와 평화, 번영의 길로 나아가도록 국회에서 생산적 논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문점 비준 동의안 처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행태야말로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역공을 펼쳤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가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를 요청할 때에는 무조건 반대하더니, 이번에는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아 위헌이라고 한다”면서 “몽니도 이런 몽니가 없다”고 질타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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