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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폭탄 소포’ 워싱턴 정가 충격… 反트럼프 진영 겨냥 정치폭력 비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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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폭탄 소포’ 워싱턴 정가 충격… 反트럼프 진영 겨냥 정치폭력 비화 우려

입력
2018.10.25 17:39
수정
2018.10.26 01: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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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CNN 뉴욕 지사의 우편 보관소에서 폭발물 소포가 발견돼 경찰들이 사람들을 대피시킨 후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4일 CNN 뉴욕 지사의 우편 보관소에서 폭발물 소포가 발견돼 경찰들이 사람들을 대피시킨 후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간선거(11월6일)를 코 앞에 두고 반(反) 트럼프 진영의 유력 인사 앞으로 ‘파이프 폭탄’이 동시다발 배달돼 미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상대를 혐오하는 미국 정치의 극단적 갈등이 물리적 정치 폭력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 진영에 대한 공격적인 언어로 분열을 조장해왔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터라 이번 사건의 책임 소재를 두고서도 정치적 공방이 커지는 모습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25일(현지시간)까지 확인한 ‘폭발물 소포’는 모두 10건. 전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에릭 홀더 전 법무부 장관, 억만장자 금융인인 조지 소로스, 존 브레넌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맥신 워터스 민주당 하원 의원 등 6명 앞으로 배달됐다. 워터스 의원에겐 2건이 배달됐으며 브레넌 전 CIA 국장 앞으로 배달된 소포는 CNN 뉴욕지국의 우편물 보관소에서 발견돼 직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 소포는 반송 주소지가 와서먼 슐츠 민주당 하원 의원의 마이애미 사무실로 기재됐는데, 홀더 전 장관을 표적으로 삼은 소포는 배달 주소지가 부정확해 슐츠 의원 사무실로 반송돼 발견됐다.

추가로 이날 오전엔 미국 유명 연기파 배우인 로버트 드 니로의 영화제작사 사무실에서도 전날 민주당 인사들에게 배달된 비슷한 유형의 소포가 발견돼 경찰이 조사 중이다. 로버트 드 니로는 오랜 민주당 지지자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능이 낮은 인간” “국가적 재앙”이라고 거친 언사로 비난해왔다. 경찰 당국은 이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도 수상한 소포 2건이 배달됐다고 확인했다.

소포 안에 담긴 폭발물은 15cm 길이 파이프 형태로 화약으로 보이는 백색 가루와 폭발시 인명 피해를 키우기 위한 유리 파편 등이 내장됐고 기폭 장치와 타이머 등도 갖추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이 폭발물을 ‘파이프 폭탄’으로 지칭하고 있다. FBI는 이 폭발물의 위력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으나 제임스 오닐 뉴욕 경찰 국장은 “수사관들이 폭발 가능한 장치로 보이는 물체를 식별했다”고 밝혔다.

조잡한 형태의 사제 폭탄이지만,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가의 유력 인사들에게 폭발물이 동시다발적으로 배달됐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폭발물의 표적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우파들이 평소 정적(政敵)으로 비난하던 대표적 인사들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투적인 거친 언사가 정치 폭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가짜뉴스”, “국민의 적”이라는 공격을 수시로 받아왔던 CNN의 제퍼 저커 사장은 성명을 내고 “백악관은 그들의 계속되는 미디어에 대한 공격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며 “대통령과 백악관 대변인은 자신들의 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물리적인 정치 폭력을 눈감아줬고, 말과 행동으로 미국인들을 분열시켰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선거 국면에서 통합과 분열 구도를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의 계기로 삼으려는 태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선거 국면에서 돌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강력 규탄하면서 선 긋기에 나선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이 비겁한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가 단결하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정치적 분열의 원인과 관련해선 “언론도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 끝없는 적대감, 부정적인 거짓 공격을 중단할 책임이 있다”며 ‘언론 탓’으로 돌렸다.

이 같은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 속에서 미국 정치의 분열상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최근 브렛 캐버너 연방대법관 인준을 두고서도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층이 두 쪽으로 갈려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지난해 6월에는 의회의 연례 자선 야구대회 훈련 도중 스티븐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 등이 트럼프 대통령을 혐오하는 한 괴한에 의해 총격 받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의회 전문지 힐은 “이번 사건이 워싱턴에 새로운 두려움을 던지고 있다”며 “양당은 실질적 행동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정치적 수사에 상대가 몰두하고 있다고 서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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