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책] 리베카 솔닛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리베카 솔닛 지음ㆍ김명남 옮김
창비 발행ㆍ344쪽ㆍ1만5,000원
‘맨스플레인(mansplain)’ 만큼이나 이름 짓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또 있을까.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라는 단어를 합친 이 조어는 자신이 여성보다 많이 안다는 것을 전제로 남성이 여성들에게 설명하고 훈계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동안 남성들의 이러한 행위에 불쾌감 혹은 당혹감을 느꼈던 여성들에게는 맞받아칠 만한 용어가 됐다. 2010년 자신의 칼럼에서 이 단어를 처음 사용했던 리베카 솔닛의 신작이 나왔다. 지난달 미국에서 출간돼 2018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다.” 솔닛은 제대로 된 이름 붙이기를 더욱 강조한다. ‘적극적 동의’ ‘시스젠더’ 등 용어는 만연해 있는 문제임에도 인지하지 못했던 사안들을 세상에 드러내는 데 일조한 정확한 이름이다. 이에 더해 솔닛은 타인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반이민자, 반동성애를 외치며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강한 쓴소리를 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광범위한 분야에 목소리를 내는 사회운동가로서의 면모를 솔닛의 신작에서는 더욱 두루 접할 수 있다. 그의 글은 미투 운동을 포함한 젠더 문제,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주의, 기후변화, 젠트리피케이션, 국가의 폭력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한국 사회와 무관한 이슈가 단 하나도 없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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