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개발 계획 수정안, 주민들 반발" 절차 미루고 관망
롯데의 상암몰 건설 사업이 6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롯데는 쇼핑몰이 들어설 부지를 판매 한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하는 강수까지 두면서 사업을 진척시키려 했지만, 서울시는 인근 상인들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건립 허가를 아직 내주지 않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열린 서울시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도건위)에서 롯데의 ‘상암택지개발지구 세부개발 계획 결정(안)’이 부결된 후 롯데는 지난달 개발 계획 수정안을 담당 구청인 마포구청에 다시 제출했다.
이 수정안에는 쇼핑몰이 들어설 3곳의 필지 중 가장 넓은(8,162㎡) 필지를 비판매 시설인 오피스텔로 사용하고 다른 2곳(6,162㎡, 6,319㎡)을 합쳐 복합쇼핑몰로 개발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롯데 측은 상인들의 반발을 고려해 가장 넓은 필지를 비판매 시설로 사용하기로 한 만큼 올해 하반기 열리는 도건위에서 개발 계획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허가 건을 손에 쥔 서울시 입장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인근 상인들이 롯데가 마련한 수정안 내용 중 필지를 합쳐서 건물을 짓는 방안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근 상인들은 필지 1곳을 비판매 시설로 하더라도 필지를 합쳐서 쇼핑몰을 지으면 오히려 상인들 피해가 더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상인들 반대에 향후 열릴 도건위에서 관련 내용이 승인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의 상암몰 건설 사업은 서울시가 관련 부지를 롯데에 매각한 지난 2013년 4월 이후 5년 6개월 이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사업 진척이 더뎌 지면서 롯데는 지난해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해당 부지를 판매시설 용도로 팔고도 지역 상인들과 갈등이 발생하자 서울시가 행정절차를 미루며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게 롯데의 주장이다. 서울시는 롯데와 개발 계획 변경안에 대해 논의하고, 3개 필지 중 1곳을 비판매 시설로 개발하려는 수정계획안을 마련했다. 이 수정안을 하반기 열릴 도건위에 상정하기 위해 3개 필지 모두 쇼핑몰을 건설하려던 원안은 지난 6월 도건위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1개 필지를 비판매 시설로 하는 대신 나머지 2개 필지를 합쳐서 쇼핑몰을 짓겠다는 롯데의 수정 계획에 상인들이 크게 반대하면서 사업 추진은 또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롯데는 상인들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정안을 지난달 담당 구청에 다시 제출했지만 상생을 강조하는 서울시가 또다시 관망 모드로 접어들면서 올해 개발 계획안 승인도 불투명해졌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상인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끝까지 양쪽을 중재해 좋은 결과를 내겠다는 게 서울시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1개 필지를 비판매 시설로 내놓은 롯데는 나머지를 합쳐서 건설하는 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상인들과의 합의가 쉽지 않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나머지 필지를 합쳐서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사실상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롯데, 인근 상인들 간 갈등으로 개발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인근 주민들 불만은 커지고 있다. 지역 주민 대표 자격으로 상생 TF 회의에 참여하는 신종식 서부지역발전연합회 회장은 “지역에 제대로 된 쇼핑 시설이 없어 주민들이 쇼핑을 위해 인근 구나 경기도로 가는 등 불편이 크다”며 “쇼핑몰을 지으라고 땅을 매각하고도 인근 상인이 반대하자 뾰족한 해법 없이 6년 가까이 손 놓고 있는 서울시는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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