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세계태권도본부의 채용 비리와 공금횡령 의혹 등을 수사해온 경찰이 오현득 국기원장 등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다. 1년7개월 끌어온 국기원 비리 의혹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업무방해와 업무상 횡령 및 배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오 원장과 오대영 국기원 사무총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5일 밝혔다. 영장 신청에 앞서 경찰은 오 원장 등 핵심 관계자 등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2014년 국기원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특정 인물을 합격시키기 위해 사전에 시험지가 유출된 사실을 포착했다. 지난해 7월에는 “윗선 지시를 받아 신규직원 채용 당시 특정인 답안지를 대신 작성했다”는 전직 직원의 폭로도 있었다. 지난해 4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같은 해 10월, 12월 같은 혐의로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다. 검찰의 보강수사 지휘를 받은 경찰은 해를 넘겨 수사를 이어오다가 최근 오 사무총장 지시로 유출된 시험문제가 저장된 시험응시생의 노트북을 확보하면서 영장을 재신청했다.
아울러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계좌에서 국기원 측이 직원 8명을 시켜 2016년 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 등 10여명에게 후원금을 보낸 정황도 확보했다. 임직원에게 2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하고, 제3자 이름으로 관련 상임위 의원의 후원금 계좌에 입금하는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이다.
이들은 전자호구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게 납품을 몰아준 혐의도 받고 있다. 국기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금으로 저개발 국가에 지원하는 전자호구 8,000만여원어치를 구매하면서 불법으로 수의계약을 한 것이다. 국가계약법상 물품 구매 비용이 2,000만원이 넘으면 경쟁 입찰을 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방식으로 국기원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으로 저지른 횡령ㆍ배임액이 1억6,000만원 상당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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